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화는 보살핌을 간절히 바라는 아기다

화를 감싸 안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기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도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당연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기를 달래러 간다.

맛있는 수프가 거의 다 되어가던 참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수프도 중요하지만, 아기를 달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수프야 어찌 되건, 얼른 아기한테 간다.

어머니는 먼저 아기를 들어 올려서 품에 안는다. 그러면 어머니의 에너지가 아기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아기를 달랜다. 어머니가 나타났다는 것은 아기에게는 꽃이 햇빛을 만난 것과 다름없다. 어머니의 마음에는 온정과 관심과 자애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마음속에서 화가 차오를 때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다. 가장 먼저 우리는 하던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돌아가서 화라고 하는 아기를 달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를 달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어린 시절에 몸에서 열이 나던 때를 기억해 보자. 누군가가 약을 먹여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다만 어머니가 와서 이마에 손을 얹어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열이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던가.

그 기분! 어머니의 손이 마치 여신의 손처럼 느껴졌으리라. 어머니의 손이 닿는 그 순간에 생기와 사랑과 온정이 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으리라.

그 어머니의 손이 바로 나 자신의 손이다. 호흡을 낱낱이 자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어머니의 손이 나의 마음속에 살아나게 된다. 나의 손을 나의 이마에 얹으면 그 손이 곧 어머니의 손이란 것을 느끼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과 자애의 에너지와 똑같은 에너지를 나 자신에게 느끼게 된다.

아기를 품에 안은 어머니는 자기가 지금 아기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리고 온 정신을 아기에게 집중한다. 아기는 어머니의 품에 포근하게 안겨 있기 때문에 평온을 느낀다. 마치 햇빛이 꽃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것과도 같다.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은 단지 안아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기에게 무슨 고충이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아기가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를 이내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기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수련자로서 우리도 아기의 어머니처럼, 화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화의 칭얼거림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화의 뿌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충분히 알 때까지 수련해야 한다.

아기를 의식적으로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는 아기의 고충이 무엇인가를 이내 알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해 준다. 아기의 몸에 열이 있으면 열을 식히는 약을 먹인다. 배가 고파서 울었다면 따뜻한 우유를 먹인다. 기저귀가 너무 꼭 조인 게 문제였다면 구저귀를 풀어 준다.

우리도 그 어머니처럼 해야 한다. 화라는 우리의 아기를 의식적으로 품에 안고서 달래야 한다.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은 화를 잠재우는 자장가다. 어머니의 사랑의 에너지가 아기의 아픔의 에너지를 삭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각의 에너지가 화의 에너지를 삭인다.

호흡과 미소와 보행 명상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몸에 익히면 5분이나 10분이나 15분 안에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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