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코끼리고 장님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비유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로 ‘열반경’에 나오는 우화이다. 이 우화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고집하기에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바른 눈과 깊은 지혜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얼마 전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 어떤 사람은 떠난 사람에 대한 좋은 점과 아쉬움만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으나 상식적이고 바르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완벽하게 잘 알고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경험과 생각 그리고 맺고 있는 인연이 다르다. 그러기에 자기의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상대를 대하며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부드럽고 관대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야박하게 대한다. 그리고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받아들이고 평가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누구나 코끼리이고 또 장님 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나의 멋진 상아를 보여준다. 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나의 냄새나는 엉덩이와 꼬리를 들키게 된다. 내가 만지는 것은 코끼리의 등일 수 있고 코끼리의 귀 혹은 코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이 코끼리 전체일 수는 없다. 그래서 나의 생각이 맞다고 고집해도 안 되며 함부로 사람이나 상황을 평가해서도 안 된다.
세상만사 원인과 결과가 생성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간의 행위나 문화의 형태가 존속되는 그 어떠한 경우라도 원인과 결과는 반드시 표출되기 마련이다.
인간이 조직 내에서 책임과 권리를 병행, 나름대로 삶을 유지하는 일련의 과정속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가 있기 마련이며, 조직은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불교에서 말한다. 생, 노, 병, 사의 사고(四苦)는 삶의 근원적인 고통이다. 인간의 의지와 무관한 불여의(不如意)의 고통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다. 삶의 고통스런 또 다른 이유는 모두가 욕망과 집착 때문이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도덕적 붕괴와 정신적 파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남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와 실수를 범하지만 남의 잘못은 쉽게 용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잘못은 쉽게 용서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언젠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제삼자가 비판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빨리 깨닫는 자만이 참된 삶을 영위할 자격이 있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자신부터 냉철히 뒤돌아보면서 혹시나 자신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타인이 불행한 피해를 보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깨닫고 반성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진리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신념이 투철하여 자신의 행동에 체계를 갖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이념도 없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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