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초여름, 장마가 지나가면 강한 햇빛과 찌는듯한 더위가 지속된다. 그런데 날씨가 변했다. 요즘은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하루걸러 비가 오고 선선한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봄에는 적당한 비가 와야 식물들이 움트고 여름에는 강한 볕이 있어야 과일과 곡식이 익는다. 이런 자연현상이 시기가 안 맞으면 문제가 생긴다. 언제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자연현상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기에 비가 안 올때를 대비해 저수지를 만들고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수펌프를 설치한다. 추위는 비닐하우스로, 강한 햇빛은 가림막으로 막는다. 이렇듯 우리 스스로 적절한 시기를 맞추고자 노력한다.
이런 타이밍은 비단 자연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유년기에 잘 먹고 많이 배워야 하며, 젊어서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에 서로 좋은 감정을 가져야 뜻있는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주어야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아가 언만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잇다. 이렇듯 세상사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관계도 자연현상만큼 적절한 시기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생각과 시선은 대부분 나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즐거우면 세상이 다 즐거워 보이고 내가 슬프고 우울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가짐으로는 다른 이를 배려하기 힘들다. 그 순간 삶은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자연의 타이밍을 인위적으로 맞추듯 인간관계도 의도적으로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와 대화를 잘 하고 싶다면 아이가 어릴때부터, 아이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 해야 한다.
아이는 관심과 배려라는 덕목을 습득하지 못한 미성숙한 인간이다. 그래서 성숙한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히고 내가 시간이 날 때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놀아준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성적을 다그치고 아이의 자유를 점점 구속한다. 적절한 시기에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는 순간 뒤도 안 돌아보고 집을 떠난다. 부모는 아이가 갑자기 변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워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상대가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 없다. 친구 관계는 어떤가?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끌고 나가다 보면 내 주위에 친구는 남아 있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상대방과 시기가 안 맞아서 생기는 일이다. 상대가 나의 감정을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 주고, 그래도 안 되면 인연이 아니겠거니, 포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에게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고 나의 방식을 강요하는 대신 아이가 필요로 하는 시기에 도움을 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그래서 계속 어긋났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으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타이밍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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