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노인 빈곤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한 상 림 작가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들어선다.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현재 17.5%로 900만 명이 넘었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발생하는 노인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해 왔다. 노인 빈곤과 노인 인권 문제로 인한 고독사나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사회적 타살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노인 빈곤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 교육비 부담과 조기 은퇴, 인플레 요인 등으로 자신의 노후대책은 소홀하였다. 물론 공적연금이 준비된 사람도 있겠지만, 연금소득을 얻는 비율은 겨우 1.3%에 불과하다. 또한 핵가족화로 노인 단독 세대가 늘면서 노인 빈곤으로 이어진다. 
은퇴 후 10명 중 6명이 생계형 일자리를 찾고 있다. 재취업 기회는 부족하고 건강까지 점점 나빠져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자식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소외된 노인에겐 희망 없는 여생이 오히려 고통이다. 도심 거리에서는 폐지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들을 자주 본다. 심지어 버려진 그릇과 전자제품 혹은 구두와 옷들을 지하 단칸방 한가운데 쌓아두고 벽 한쪽 구석에 겨우 혼자 누울 자리만 남겨두고 사는 사람도 보았다. 왜 그렇게 방에 두고 지저분하게 쓰레기를 방안에 두냐고 물어보니 누가 훔쳐 갈까 봐 그런다고 대답하였다. 즉 불안한 미래에 대한 정신적인 질환이다. 
물론 노후 생활 설계가 잘 된 어르신들은 복지관이나 노인대학 혹은 노인정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무언가를 여전히 배우면서 건전한 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나마 건강하여 집 근처 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단절된 상태로 홀로 지내는 분들이 더 많다. 
노인들에게도 빈부 격차는 상당히 크다. 사회에서 단절되면 소외감을 느끼고, 소외감이 우울증으로, 우울증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져 고독사가 된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이라 정부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어 거의 무료로 이용하는 복지관마저 그들에겐 쉽지 않다. 
노인의 빈곤 문제는 상대적 빈곤이기보다 절대적 빈곤이라 할 수 있다. 은퇴 후 재취업의 기회가 제한되고, 수명은 연장되면서 일할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65세에서 70대 중반까지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평생 일해 온 재능으로 무엇이든 일할 수 있는 자리 마련을 정부에서 해 줘야 한다. 물론 기초연금이니 노령연금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고 있지만, 삶의 질을 향상하려면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젊은 세대들이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미래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점점 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연금 납입액은 증가하는 반면에 수령 할 금액은 줄어든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정부에서 갖가지 대응 방안을 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여 용돈이라도 벌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주는 거다. 
평생 일하면서 익혀 온 개인의 달란트를 이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놓으면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줄고 자녀들에게도 부담을 덜 주게 된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데,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생산인구보다 소비인구가 더 많아진다. 미래에 겪게 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대비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다양한 노인 일자리 마련을 정부나 기업에서 우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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