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야 할 때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이태원 참사로 인해 우울한 11월을 맞이하였다. 젊은이의 목숨과 꿈을 빼앗아 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유가족에겐 참으로 잔인한 사고이다. 
핼러윈 축제장에서 설마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단 한 사람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사고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일어났다니! 이른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 뉴스를 접하자마자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가는 골목이 한바탕 앙탈을 부리며 젊은 목숨을 뺏어간 건 아닐까 생각할수록 참으로 원통하다. 
억눌린 감정에서의 해방감과 낭만을 찾아 핼러윈 축제장에 갔다가 아비규환으로 참변을 당한 유가족이나 현장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평생 겪게 될 트라우마는 상상도 못 할 고통이다. 
그동안 일어난 대형 사고들을 돌아보면 한결같이 사후 처방에 급급한 점이 많다. 정부에서 사전에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건데, 여전히 안전불감증과 과밀불감증으로 방심한 결과다.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국민에겐 국가재난관리시스템과 지역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미 예견된 사고를 알리는 여러 징후에도 그 누구도 나서서 예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 후에는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사후 처방인 말만 무성하다. 물론 예방을 위하여 전문가입장에서 점검하고 검토하여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말은 국민에게 극약과 같은 처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내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틈새에 정치적으로 운운하면서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사람과, 남의 상처를 가십거리로 만들어서 주목받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위로해 주고 함께 슬퍼할 때이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말도 안 되는 발언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하는 말이 진정 국가와 유가족을 위해서 하는 말인가 되돌아봐야 한다. 그저 먹잇감을 물면 물고 늘어지면서 사정없이 물어뜯는 하이에나처럼 가짜뉴스를 창작하듯 만들어 방송에 얼굴을 내민다. 
제발 방송사에도 그런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지 말았으면 하는 시청자로서 간절한 바람이다. 
입증되지 않은 말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공격하면서 방송사에 여러 번 얼굴이 보여지는 것도 그 나름대로는 작전인 듯 여겨지는데, 왜 방송사에서는 그 사람 얼굴을 심심하면 보여주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럴 때마다 티브이 채널을 잠시 돌려버리게 된다.
명심보감 언어 편에 이런 말이 있다. 
“口是傷人斧요 言是割舌刀니 閉口深藏舌이면 安身處處牢니라.”(구시상인부요, 언시할설도이니, 개구심장설이면, 안신처처뢰니라)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으나 편안할 것이니라. 
남의 비극과 상처를 마치 상품화하듯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고 즐기려는 사람이나, 핼러윈 축제 날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 곁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 사람들이 뭐가 다른가. 이는 인간으로 해야 할 행동이 아닌 짐승의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국가가 어려울수록 국민은 단합하여 잘 극복하도록 해야 하고, 국가는 외교 안보와 국민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오로지 민생에 힘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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