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대한민국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대한민국에서 안전지대는 어디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나라의 안부 먼저 묻는다. 뉴스 창을 열고 간밤에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태원 참사만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그런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가 일어날 줄 누군들 알았겠는가.
많은 사람이 도심의 혈맥인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지하철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출퇴근 시간 떠밀리듯 오르내리는 전동차 안 역시 콩나물시루처럼 빡빡하게 밀집된 곳이다. 숨쉬기가 힘들 만큼 혼잡할 때가 많지만 시각을 다투는 시간에 전동차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이런 생활 여건에 익숙해 있어 죽음의 이태원 골목을 의심 없이 선택하였는지도 모른다. 
또한 갈수록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무뎌만 간다. 그렇다고 당장 불안함으로 망설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목숨을 내걸고 불안한 현장에서 마치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 남의 이야기처럼 살아간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우리의 안전의식 고양과 밀집된 곳에서의 사고 예방을 위한 정확한 해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매번 정부에서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생각지 않은 곳에서 엉뚱한 사건 사고가 터진 후 법을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국가나 국민이 안전불감증이라는 고질병을 극복하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 또 어떤 사건이 터지고 어떤 사고를 당할는지 예측할 수 없고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젊은이들이지만 누군들 그런 참사를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아니다, 어쩌면 이미 예고된 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사람도 직접 나서 이런 사고를 대비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주최자와 주관자가 없는 다중운집 행사에 대한 맹점이 결국 158명이 사망하고 197명의 부상자를 발생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많은 인명을 잃은 후에서야 책임 공방 수사를 하고 서로를 탓하는 말만 무성하다. 
사회 곳곳에서 이미 발생한 여러 사고가 우연인 것 같지만 결코 우연이 아닌 이미 예고된 사고였다. 하물며 자연재해처럼 보이는 태풍이나 홍수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 속에도 인류가 만든 재해의 원인이 포함되어 있듯, 이태원 참사 역시도 조금만 관심을 두고 대비하였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안전지대가 없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은 인구 밀집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고층빌딩도 많고 매우 복잡한 도시다. 이토록 복잡하고 불안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안전지대는 어디일까?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사람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주거시설인 아파트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홍수 피해로 인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물난리로 생명을 잃었다. 마치 죽음을 사수하듯 우리의 생명은 여기저기서 위협당하면서 그저 스스로 지켜야만 한다. 공사 현장과 산업 현장, 달리는 도로 위, 바다와 강, 산에서조차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서울시의회에서는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을 발의하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2005년부터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을 운영해 왔었지만, 이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터진 사고였다.
 “대한민국의 아침은 오늘도 안녕하신지? 오늘은 제발 큰 사건 사고 없이 국민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지?” 국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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