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화를 풀기가 어렵다면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라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혼자서 화를 풀기가 어렵다면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라

우리는 혼자서는 쉽게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수련을 할 때도 가족이랑 정신적인 친구들과 함께한다. 우리에겐 동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서로에게 더 심한 고통을 주고 화를 돋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슬픔과 분노와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동지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평화의 전략을 협의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 회담을 시작하라. “여보, 이제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고통을 주었어. 당신도 나도, 우리는 화의 희생자였어, 우리는 서로 우리가 사는 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거야. 이제 나는 달라지고 싶어. 난 우리가 동지가 되기를 원해. 동지가 되어서 서로를 보호해주고, 함께 수련하고, 힘을 합쳐서 우리 마음속의 화를 깨끗이 풀어냈으면 좋겠어. 이제부터는 당신도 나도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면서 제대로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어. 여보, 당신 도움이 필요해. 협력해줘. 당신이 없으면 난 성공할 수 없어.”
비단 남편이나 아내뿐만 아니라 아들이나 딸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이것이 사랑이다.
정신을 집중한 채로 5분간 법문을 들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깨달음을 늘 유지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실천할 수가 없다. 마음속에서 깨달음이 커지면 혼란과 무지가 줄어들 것이다. 그리하여 생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몸이 달라지고 생활방식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평화의 전략과 소비의 전략, 자기 보호의 전략을 협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재능과 기술 등 모든 것을 쏟아부음으로써 더는 서로에게 고통을 안겨주지 않도록 협의 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누구나 새로이 시작하고 싶을 것이고, 자신을 완전히 바꾸고 싶을 것이다. 타인을 설득하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5년 동안 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은 젊은 미국인이 있었다. 그들 부자지간에는 대화가 전혀 불가능했다. 어느 날 우연히 법문을 듣고,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삶을 완전히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수도승이 되기로 결심했다. 남다른 열의를 가지고 플럼빌리지에서 서너 달을 머무는 동안 그는 수도승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수련원에 온 첫날부터 그는 의식적인 소비를 실천하고, 보행 명상을 실천하고, 좌정 명상을 실천하고, 수련원의 모든 활동에 적극 참여 하였다.
그는 아버지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단지 혼자서 시작했다. 생활이 달라지고 자기 자신과의 평화를 이룬 덕분에 그는 매주 아버지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다. 답장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수련에 관한 얘기와 날마다 느끼는 작은 기쁨들에 대해 썼다.
그렇게 여섯 달이 지났다.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수화기를 대고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다이얼을 돌리자 아버지가 받았다. 아버지는 그가 수도승이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맨 먼저 그 얘기부터 꺼냈다. “너 아직도 거기 있니? 아주 중이 된 거야? 그래서야 네 장래가 있기나 하겠니?” 아들이 대답했다. “아버지, 지금 저의 관심은 오직 아버지와의 좋았던 관계를 다시 찾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저는 더없이 행복해질 거에요.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에요. 아버지랑 다시 마음을 터놓는 것, 지금 제 관심은 그것뿐입니다. 장래 같은 것은 지금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젊은이는 그저 자신의 호흡을 세고만 있었다. 이윽고 아버지가 말했다. “알았다. 네 말이 옳다.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그거야.”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서 분노의 감정만을 품고 있었던 게 아니다. 매주 보낸 편지에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아름다운 얘기들을 들려주었고, 그 얘기들이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키워주었던 것이다. 대화의 길이 다시 트였고, 아들과 아버지는 둘 다 행복해졌다.
의사소통의 문이 열려 있을 때 우리는 하지 못할일이 없다. 그러므로 늘 최선을 다해서 그 문이 항상 열려 있게 해야 한다. 타인과의 평화를 원한다는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라.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마음을 터놓는 것이다. 우리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뜻을 분명히 밝히고 도움을 구하라.
그리고 평화를 위한 전략을 서로 협의해야 한다. 상대방이 나름대로 모든 노력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또 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자신의 백 퍼센트를 주어야 한다. 내가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대를 위해서 해야 한다. 기다리면 안 된다. “당신이 우리 사이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화와 화해의 행복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상대가 먼저 변하거나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쁨과 평화와 조화를 불러올 길은 언제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실천할 수 있다. 걷는 방식, 호흡하는 방식, 미소짓는 방식, 반응하는 방식, 그 모든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의사소통의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이제 더는 분노와 경멸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용납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비단 말로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애정이 가득 어린 눈빛이나 부드러운 행동으로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내가 늘 명랑하고 그래서 함께 있어 즐거운 사람이 되면, 벌써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면 누구나 내 곁에 오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 나무가 되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개울이 된다. 나와 함께 있는 것이 기분 좋고 즐겁기에 사람들은 누구나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려고 할 것이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할 때 나는 의사소통의 길을 복구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