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운동의 주역은 주부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사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고, 많은 옷을 입고,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는지? 그리고 그 비용은 얼마나 많으며, 쓰레기는 얼마나 발생하는지? 
세계 경제의 불황에 맞서 한국 경제도 1997년도 IMF(국제통화기금)의 위기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안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민마저 두 목소리를 내니 갈수록 커지는 서민들 고통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국민이 가장 힘들다. 한국은 어렵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지만, 국제행복의 날 발표한 행복 순위는 세계 137개국 중 57위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는 끝에서 4번째며, 한국보다 행복 점수가 낮은 나라는 3개국뿐이라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한국전쟁 후 가장 취약한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마음으로 씩씩하게 견뎌냈다. 
자식에게만은 같은 고통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노력이 있었다. 당시에는 아이도 많이 낳아 옷을 물려 입고, 하루 세끼 중 2끼로 끼니를 잇기도 하였다. 아무리 절약하려 해도 더 이상 절약할 게 없는 상황에서 새마을 운동으로 가난을 극복하였다.
1997년도 IMF 금융위기 때에는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과 더불어 ‘아나바다운동’을 벌였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이야 말고 획기적인 캠페인이 되어 전국에서 벼룩시장을 열거나 재활용품 판매하는 가게가 늘어났던 시기다. 이 당시 아나바다 운동의 주역은 주부들이었다.
30여 년 전과 오늘날 공통점은 경제 악화의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시 ‘아나바다운동’을 부활시켜야겠지만, 우선 과하지 않게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홈쇼핑에서 대량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나 가구, 가전제품, 휴대폰도 신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늘 새것만 고집한다. 대부분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중고품보다 신제품이 좋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욕심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과 쓰레기 문제까지 떠안게 되는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생산자야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맞춰 신제품 개발이 당연하지만, 소비자들이 먼저 새것만을 고집하는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중고품은 점점 쌓여가고 쓰레기 발생이 늘어날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 절약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할 것인가?’하고 물었을 때, 대부분 외식비와 식료품비, 의류비, 문화 여가비 순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 주부들이다. 공공요금은 물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 보면 육류, 생선, 야채, 과일 등을 선뜻 고르기조차 머뭇거려진다. 잘 사는 사람들이야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테지만, 서민들에게는 크게 부담을 주는 경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껴 쓰고, 나눠 주고, 바꿔 쓰고, 다시 써야 하는 것이 서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넉넉하게 가진 사람들은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베풂을 실천하는 미덕으로 지구 환경도 지키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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