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식’ 원리 배워 치료 효과 극대화 필요

아직 의학은 암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폐암이 흡연 때문에 생긴다는 환경적 발암 요인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흡연한다고 다 폐암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담배를 구경도 못한 사람도 폐암에 걸리므로 ‘흡연은 폐암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정도이지 ‘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한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딱히 없는 경우에는 유전자 이상 때문에 생긴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하는데 ‘유전자 이상이 왜 생기는가?’ 특히 우연히 생기기 매우 어려운 EGFR 유전자의 특정부위에 염기서열이 정확하게 3의 배수만큼빠지는 등의 유전자 이상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대답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GFR이라는 유전자가 우리 몸 정상세포에도 다 있고 몸의 발생과 유지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적어도 암은 ‘왜곡된 자아’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암은 정상세포가 변형되어 생겨나는데 체내에서 자라는 방식 또한 매우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주변 미세환경에 적응도 해 가면서 단순한 증식을 넘어서 마치 생태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동물들처럼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암세포들로 진화해 간다고 한다. 1cm정도 되는 암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1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적응하고 진화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암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암 환자들은 진단을 받기 한참 전에 암의 씨앗이 심어졌고 그것이 자라나는 조건, 즉 잘못된 습관이나 식이, 혹은 만성 스트레스 등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암 발생의 과정도 결국 인연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삶을 들여다보면 원인이 있고(인), 특정조건이 갖추어져야(연) 꽃이 피고(화보) 열매를 맺는다(과보) 암을 위시하여 모든 질병도 마찬가지다. 질병도 인연 따라 찾아오는데 과거 무수한 세월동안 몸, 말, 뜻으로 업을 지어 심어놓은 씨앗이 금생에 시기가 무르익고 내가 지닌 모든 생활습관과 맞물리면서 질병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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