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선의의 경쟁으로 상생해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립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T.V에서 자기 목소리만 내는 정치인을 보면 채널을 돌리게 된다. 하물며 같은 당 안에서도 왈가왈부 말 많은 시시비비를 바라보아야 하는 국민은 얼마나 짜증 나겠는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그 첫 번째가 정치이고, 다음에 사회, 경제, 문화이다. 정치가 올바르게 잘되어야 국민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정치적 대립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니 심히 걱정스럽다. 국제정세 역시 어수선하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의 3개 나라와 얽혀진 갈등과 냉기 서린 북한과의 관계도 팽팽하고, 노사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역사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갈등과 대립으로 힘들었던 건 마찬가지다. 그 당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정치의 모순이 지나고 나서야 옳고 그름이 보인다. 어느 시인의 시구에 “올라갈 때 보지 못하였던 그 꽃, 내려올 때 보았네.”처럼, 국민이 많은 피를 흘리며 고통을 겪었기에 오늘날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다. 
요즘 각종 모임 장소나 하물며 가족끼리 만나서 주고받는 이야기도 조심스럽다. 처음엔 주변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엔 정치로 이어진다. 그때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여당인가 야당인가 파악부터 해야 하는 점이다. 대부분 정치적인 견해에서는 부모 형제나 친구조차도 절대 배려하지 않고 자기주장 강한 목소리를 낸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예민하여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좋았던 인간관계가 깨지기 쉽다. 그래서 단톡 대화방 금기 제1항이 정치 이야기고, 두 번째가 종교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죽어라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올려서 괜한 사람들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 
정치적인 견해와 생각이 달라서 일어나는 갈등이라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부터 먼저 찾아야 한다. 갈등 심화로 뒤따르는 것이 분열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갈등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잘 풀고 나면 전보다 더 돈독한 인간관계가 맺어진다.
 갈등(葛藤)의 어원은 칡(葛)과 등나무(藤)를 의미하며,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오르기 때문에 둘이 만나면 서로 자리를 양보하거나 피하지 않고 자리 다툼하는 고집 센 식물들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고집 센 칡넝쿨과 등나무 줄기를 연상케 된다.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말과 서로를 비판하고 배타적으로 트집 잡기 위한 전략 앞에서는 타협과 양보와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 의석수를 많이 차지하려는 치밀한 셈법이다. 
 어느 단체에서든 지도자나 리드하는 사람의 올바른 사고와 판단에 따라 그 단체의 운명이 좌우한다. 산에 오를 때 주변을 살펴보지 못하고 정상을 향해서 나가다 보면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지 못한다. 야생화나 나뭇잎의 생김새 등 주변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정상을 향해 빨리 오르려는 등산객과 같다. 
정치에서는 타협이 어렵다. 상대방을 비방하면서 큰 목소리를 내야 매스컴에 오르내려 자기를 드러내는 기회를 찾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오히려 양쪽 입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러니 지도자든 정치인이든, 국민의 매서운 눈과 귀를 두려워해야 한다.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서 돌아보면 자기 모습과 상대방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것이 곧 ‘잠시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어떤 위치든, 영원한 것은 없다. 마치 영원한 내 것인 것처럼 끊임없는 욕망과 야망을 앞세워 서로 할퀴고 비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선 안 된다. 칡넝쿨과 등나무는 같은 나무를 감아 오르며 한 치 양보도 없이 촘촘하게 끝까지 타고 올라간다. 결국 나무는 햇빛과 비와 바람을 막아버린 칡넝쿨과 등나무 줄기에 숨이 막혀 죽게 된다. 
여·야가 칡과 등나무라면, 칡과 등나무가 감고 올라가는 나무는 백성이다. 백성을 등에 업고 서로 경쟁하기 위해 갈등을 키운다면 결국 백성은 고통스러움을 겪게 된다. 그와 반대로 백성인 나무를 등에 업고 칡과 등나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도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사이좋게 타고 올라간다면 서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곧 상생이고 협력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양보와 배려와 협력으로 다툼을 줄이고 선의의 경쟁으로 상생하여야 할 중요한 시기다. 돌고 도는 톱니바퀴에 감춰진 시곗바늘처럼, 세계정세와 맞물려 있는 대한민국은 큰 톱니바퀴에 맞춰서 더 빠르게 돌아가야 하는 작은 톱니바퀴이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고, 그 백성을 이끌어 주면서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들이고 정치인들이다. 자신의 잇속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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