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으로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 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고통을 맛보지 않으면 연민의 정을 기를 수가 없고, 행복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고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고통을 감당하는 것 또한 하나의 수련이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저마다 한계가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만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남으로부터 온통 고통과 화로 가득한 말을 들으면 내 마음이 다치게 된다. 그의 고통만이 전해질 뿐, 다른 긍정적인 감정들은 내게로 전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다. 그러므로 하루하루 삶 속에서 우리는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것들과 늘 접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푸른 하늘, 맑게 노래한 새, 나무, 꽃, 어린아이……. 우리와 우리 주위를 신선하게 해주고, 치유해주고, 거름이 되어주는 것들을 늘 접해야 한다.
 이따금 우리는 자신의 고통과 불안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럴 때는 친구들이 우리를 구해준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하늘이 아름다워. 안개가 끼었지만. 정말로 아름다워. 여기가 바로 낙원이야. 너도 그저 다 잊어버리고. 저 하늘을 좀 봐.” 우리는 누구도 혼자 살지 않는다. 행복할 능력을 가진 형제자매와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삶의 긍정적인 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늘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삶의 긍정적인 면을 되찾는 것. 그것은 우리 삶에 거름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기쁨과 평화와 애정을 갖고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세월이 너무도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부처님 앞에 나가서 향을 피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기리라고 다짐한다. 내가 하루하루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을 늘 실천하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은 나에게 절친한 두 명의 친구와 같다. 나를 지금 이곳에 존재하게 해주고,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놀라운 일을 감지하게 해준다.
 우리는 매순간 삶의 온갖 거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살찌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전화가 울리거나 시계가 울리거나 종이 울릴 때마다 제각기 하던 일을 멈춘다. 그것은 자각을 일깨우는 소리다. 종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몸이 편안해진다.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의 경이로움을 감지한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일손을 멈춘다. 마음이 그리도 가벼울 수가 없다. 일손을 멈출 때 평화와 고요가 우리에게 다시 깃들고, 참다운 자유가 찾아온다. 그러면 일이 더욱 즐거워지고, 주위 모든 사람의 존재를 더욱 확실히 느끼게 된다.
 종소리와 함께 일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는 것은 하루하루 삶의 모든 아름답고 기름진 요소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일종의 수련이다. 우리는 이것을 혼자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럿이 함께하면 더욱 효과가 크다. 우리는 늘 타인들과 함께 살아간다. 내가 고통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는 그들이 나를 구해주고, 삶의 긍정적인 면들을 보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 역시도 하나의 수련이다. 정신적 스승으로서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도 보행 명상을 실천해야 하고, 차 한잔을 진정으로 마실 수 있어야 한다. 행복한 사람들과 접촉하여 마음을 살찌우는 데 필요한 거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타인의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자신을 보살펴야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날마다 흡수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타인들의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해주는 연민의 마음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관세음보살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지극한 행복 속에서 살면서, 고통 속에서 사는 타인들을 구해줄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틱낫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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