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의 미학

인간은 걸을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 중에서 오직 인간이 두 발로 걷는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나왔다. 원숭이의 한 종(種)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무에서 내려와 걷기에 성공하면서 인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은 걷게 되면서 멀리 보며, 남은 두 팔로 도구를 만들어 초원의 환경에 적응한다. 날 수도 없고 빠르게 달리지도 못하는 왜소한 인간이 살아남은 이유는 두 발로 걷는 능력 때문이다. 아직도 걷기에 실패한 원숭이무리의 생활을 보면, 두발로 걷는 행위가 얼마나 혁명적인 진화의 몸짓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두 발로 걸으면서 인간은 뇌를 발달시킨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시기도 갓 걸음마를 뗄 때부터다. 인간이 호모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것은 오로지 두 다리 덕택이다. 직립보행이 지혜로 이어진 것이다. 고대의 야생에서 인간은 계속 걸을 수밖에 없다. 걷지 못하면 움직이지 못하고, 움직일 수 없으면 죽기 때문이다. 
걷기는 어찌 보면 인간의 여러 동작 중에서 가장 단순하다. 두 발로 땅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 원시적인 행동을 통해 인간은 생각을 하며 지능을 키운다. 걷는 행위가 인간의 존재성과 사유 능력을 나타내는 기준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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