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빠지다

 

이병화

장날, 골동품 좌판의 처마종에 꽂혔다
무겁고 투박한 방짜유기
맑은소리만큼은 반전 매력이다
길에서 만난 친구 집으로 데려오듯
장바구니에 담아와
바람의 길목에 풍경을 달았다
야윈 금붕어 한 마리, 강물인 줄 알고
허공을 헤엄칠 때마다
바람을 메아리로 그러모아
뎅그렁 뎅그렁
몸으로 노랠 부른다
바람의 길 여닫고
푸른 새벽 불러오는 처마종
파수꾼처럼 빈집 지키다가
서둘러 저녁을 데려오더니
바람 부는 날은 그에게도 장날이다
오늘은 우리 집 풍경
앞산으로 마실 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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