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바가지요금이라니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바가지요금을 씌운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타는 외국인들에게 말이다.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면서도 외국인 앞에서는 차마 바가지를 씌운 기사를 욕할 수가 없었다.
지난주, 미얀마에서 온 여학생이 이른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천공항까지 마중을 가고 싶었지만, 오전 강의가 있어서 아무래도 무리이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라고 알려 주었다. 혼자서 새벽 시간에 공항버스를 타고 짐 가방을 들고 서울 한복판에서 내려 종로에 있는 S대 기숙사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난생처음 타 보는 비행기로 한국 땅을 밟는 모든 것이 낯설어 걱정을 많이 하였다. 나는 강의를 마치자마자 생필품 등 여러 가지를 챙겨서 승용차에 싣고 기숙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학교 부근에서 기숙사를 찾지 못하여 무척 힘들었다. 기숙사는 당연히 학교 건물 안에 있으려니 하였는데, 학교 부근의 주택가 여기저기로 흩어진 빌라 건물들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는 도착지가 기숙사 부근인데도 골목이 참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처음인 사람들은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이 타고 온 택시도 나와 비슷하게 헤맸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항에서는 택시비를 9만 원이라고 하더니 11만 원을 받았다는 거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처음부터 미터기로 계산하지 않고 9만 원이라 불러놓고 왜 2만 원을 더 받아 간 걸까? 험난한 오지도 아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말이다. 학생이 외국인이고 어리숙해 보이니, 기숙사는 처음 가보는 거냐는 둥 이것저것 물어보고 바가지를 씌운 것 같다.
그녀는 미얀마의 양곤에서도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7시간 이동하여 하룻밤 호텔에서 숙박하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 아침에 도착하여 짐 정리를 하면서 때를 놓쳐서 아침 점심밥도 안 먹었다는데, 실은 돈을 아끼고 있는 듯했다. 그런 학생에게 2만 원이 얼마나 큰 돈이었을까 생각하니 미안했다. 
한국 이름이 유미인 그녀는 1년 동안 줌으로 글로벌 한글 글쓰기 대학에서 나의 강의를 듣고 유학의 꿈을 이룬 학생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2년간 공부를 마치고 취업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한국에 대하여 좋은 생각을 갖지만, 언젠가는 택시 기사가 씌운 바가지요금에 대하여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서 황당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지나치는 척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종로까지 예상 요금을 계산해 보았더니 시간과 거리 정산 요금에다 통행료 포함 8-9만 원 선이면 적당하다. 이런 일을 예상했다면 유미에게 미리 알려 주었을 텐데, 전혀 상상 못 한 일이다.
국내 대학에서는 학생 수가 부족하여 외국인 유학생을 더 많이 모집한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서 호의를 베푸는데, 어렵게 한국으로 오는 학생에게 사소한 일로 국가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연이어 미얀마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온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나, 혹은 지인이 직접 마중 나가서 이동하도록 하였다. 교통부에서는 이런 점들을 보완하는 분명한 정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이 뚫렸다. 유커들이 다시 찾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하게 된다면 여행 내내 한국인에 대한 의심을 떨궈버리지 못할 것이다. 친절과 배려로 안내해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인 전체를 매도하는 언행은 없어야 한다. 비단 택시 요금뿐만 아니라 잠시 다녀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나 가게 등 여러 영업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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