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지금은 출산율이 낮아서 문제지만 한때는 너무 높아서 문제였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6.0명이었다. 가족계획 포스터의 변천사를 보더라도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의 엄중함이 드러난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도 못 면한다’(1960년대), ‘낳을 생각 하기전에 키울 생각 먼저 하자’(1970년대),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 말자’(1980년대), 나중에는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 등과 같은 위협적인 구호까지 등장했다.
‘인구 폭발은 핵폭발보다 더 무섭다’ 등의 인명 경시 풍조와 정부의 적극적인 가족계획 시행 과정에서 낙태를 눈감아 주는 사태가 만연했다. 2005년 기준으로 연간 임신중절 건수가 35만건을 상회할 정도였다.
지난 8월 발표된 금년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상반기까지의 출생아 수를 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고령화·코로나로 사망이 늘어 올 상반기에만 6만5000여 명의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젊은이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줄어든 인구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정치 국방 등 많은 분야의 근간을 무너뜨릴 만큼 인구구조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인구폭발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인구절벽 상황, 백년대계가 아니라 불과 몇 십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발상이 빚은 최악의 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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