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아 약해지지마!

 

신문을 보면 연일 우울한 소식들 일색이다. 물가는 치솟고 서민들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주가의 출렁거림에 개미 투자자들이 아우성치고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전세 사기가 속출하고 역전세난에 집주인과 젊은 세입자 간의 분쟁도 다반사다. 
특히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의 고용불안,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전세조차 얻기 어려운 형편, 멀리 해외에서는 비극적인 전쟁이 끝날 줄을 모르고 그 와중에 처참하게 죽어가는 젊은 병사와 민중들의 고통이 글자 사이로 날아다닌다. 
그 수많은 사연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청년들에 대한 소식이다. 식대가 연일 치솟아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이 하루 한 끼로 버틴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못해 그저 시리다. 청춘 시절의 낭만과 아름다움은 이미 사치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넘어 인간관계를 포기한 사포 세대, 거기에 내 집 마련도 포기한 오포 세대, 이제는 포기할 게 너무 많아 아예 N포라는 말까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민태원의 ‘청춘 예찬’을 감명깊게 읽었을 것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던 청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들어보라던 청춘, 그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것, 바로 이상(理想)이라는 것이 과연 지금의 청년들에게 있기나 한 것일까?
전국적으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청년들이 수십 만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되었던 히키코모리형 청년들이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젊은 여성의 일탕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는 독려하면서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사회에서 누가 애를 낳을까? 이런 상황에서 청춘들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래도 이 땅의 청년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누구나 풋풋한 청춘이 있었다. 그때는 민태원이 예찬했던 청춘의 끓는 피가 있었고 이 땅 민주화의 역사는 청춘의 뜨거운 열정과 이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뜨거운 피가 지금의 청춘들에겐 사라지고 만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 땅과 이 시대를 향한 드높은 열망과 이상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시바타 도요라는 일본의 시인이 있었다.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여, 98세에 첫 시집 〈약해 지지마〉를 펴낸 이 여류시인은 100세까지 왕성하게 시를 썼다고 한다. 지난 2013년에 102세의 나이로 별세한 그의 시집은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에 번역되었다. 
시 속의 유머 감각과 긍정적인 태도로 일본에서 158만 부가 팔린 이 시집의 표제작을 이 땅의 청년들에게 소개 하고 싶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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