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

 

이 숙 진 작가

·수필가·칼럼니스트.
·한국문인협회·중앙대문인회 회원
·동작문인협회 자문위원

 

땅따먹기는 한국의 전통 놀이다. 마당에 큰 사각형을 그리고 각자 한 구석을 정하여 뼘으로 빙글 돌려 자기 집을 정한다. 손가락으로 튕길 수 있는 사금파리나 납작한 돌을 망으로 정하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엄지와 검지로 망을 세 번 튕겨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놀이다. 망이 지나간 안쪽이 자기 땅이 된다. 이렇게 땅을 나눠 먹는 흉내를 내지만, 규칙과 순서가 철저하다. 농경시대의 배경으로 땅의 중요성과 협력과 친목을 촉진하는 놀이로서 유년에 즐겨 하던 놀이다.
지금은 어른·아이 구분 없이 컴퓨터나 게임기로 전쟁 게임을 한다. 공격을 위해 많은 군인을 투입해서 상대방을 죽이고 적의 땅을 점령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정보산업 시대 이전에 공상과학 만화나 SF 스릴러 전성시대가 세월이 지나서 현실이 되었다. 지금 중동지방에 포성도 이런 현상일까. 실제로 이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세계 선각자들이 게임 산업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전쟁 게임만은 금기시해야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지구촌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되어가고 있다. 전쟁에서 민간인의 많은 희생은 필수 불가결이다. 모두 민간인을 공격했으니, 영웅은 없고 희생만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간이 만든 과학에 의해 인류가 멸망한다.”고 한 예언이 두렵게 다가온다. 하마스 대원들이 살인 병기로 만든 알약을 휴대한 사실도 충격적이다. 전투 중 ‘캡타곤’ 같은 각성제를 복용한 군인은 사람을 죽여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사나흘쯤 굶어도 배고프지 않다고 한다. 각 나라에는 헌법이 있고 국제법으로는 유엔 헌장이 있다. 철저히 유엔 헌장을 무시한 병법이다. 유엔 안보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더 가혹한 세균전이나 화학전으로 인하여 인류 종말이 오고 만다. 
저 폐허를 응시하라! 전 세계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전 세계 이목이 중동으로 쏠리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간을 벌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 또한 장기전으로 갈 확률이 높다. ‘넥스트 오일’ 시대에 맞춰 문명과 경제로 경쟁해야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어리석은 응석이다. 
 국가주의, 종족주의, 민족주의로 비롯된 중동 전쟁이 한국에는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불안 요소가 넘실대고 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해 힘쓸 일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멸할 일은 불 보듯 뻔한데, 사회 내부가 극단적 분열로 이분화 되었고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 돼서 정책적 대안이 없다. 우리는 국회의원에게 너무 많은 특권을 준 것이 패착이다. 산적한 안건을 뒤로하고 상대편 흠집 내기에만 급급한 저 나라님들의 남루여! 
국가의 기반을 튼실하게 가꾸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상대를 부숴버리는 게임만 하다 보면, 인간성이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 전쟁은 총칼로 하는 것이 아니라 K-발명품 같은 문명과 지식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지구촌 저쪽에 포성이 멎는 그날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땅따먹기가 아름다운 전통 놀이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하루빨리 휴전이 이뤄지고 정치적 타협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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