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

자연은 수많은 곡식과 열매를 인간에게 양식으로 내어주고도 주었다는 즉 상(相)이란 것을 내세우지 않는다. 당연한 먹을거리로 먹지만 몸이란 기관을 통과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행로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란 그러한 자연을 먹어서도 감사한 마음은 희박하다.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히기도 하고, 무엇이든 좀 더 가지고 힘 있는 자가 되기 위해 애를 쓴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나를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 상이란 벽을 허물지 않고는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가 없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상으로 상대를 읽는다. 마음에 마음을 읽고 건너갈 때, 돌아오는 마음도 따뜻해지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무료급식소에서 어려운 노인들이나 노숙자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밥 퍼주는 손길이 따스한 것은 상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곳에서 주고 받는 서로의 말들은 김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숭늉처럼 구수하다. 가시 돋친 설전을 하지 않아도 감사해하는 표정만 읽어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부처님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자신감은 가지되 나를 내세우지 말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라고 어두운 그늘도 바라볼 줄 알아야 마음속에 감사가 솟아난다고, 아이들은 엄마의 이러한 말이 잔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자주 듣다 보면 조금이라도 귓속에 담아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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