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손)혜숙

작열하는 여름이
아름다운 가을을 만들었다

붉은 단풍으로 온 산을 단장하려고
넉넉한 푸른 잎들을 더위 속에 키워 온 여름
그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여름은
뜨거운 뙤약볕도 견디었고
휘휘 젓고 지나가는 천둥 번개 치는 소낙비도 맞았고
미쳐버린 태풍이
죽을힘을 다해 쳐들어오는 것도
여러 번 선 채로 맞았다

이제
매미 울음소리도 잦아든 가을
여름 동안 불끈 쥐었던 두 주먹이 부끄러워

살며시 두 손 잡고
푸른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