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마무리

 

어느덧 한 해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보면 시작이 어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언제나 길다고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연말이 되면 그 짧은 시간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다. 그래서 연말이면 더욱더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시간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것은 회한이다. 더 열심히 살지 못했다는 회한 그리고 더 열심히 사랑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만나게 된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데 나는 그 순간순간의 시간을 너무 쉽게 흘러 보낸 것만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시간을 또다시 쉽게 만날 것처럼 살아버리고 만다.
연초에는 누구나 많은 다짐을 한다. 올해는 더 많이 정진하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넓은 가슴으로 살자고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렇게 살지 못한 것만 같다. 생각은 저 멀리 앞서 있는데 실천은 이렇게 뒤쳐져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다. 생각은 앞서고 실천은 뒤처지는 것이 살아가는 대부분의 모습일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못다한 연초의 다짐들을 서둘러 해야만 할 것만 같다. 못다한 일들을 지금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한 번의 따뜻한 나눔마저도 실천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그것은 너무 몰염치한 삶의 모습일 것만 같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참 어렵게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으로는 그네들의 삶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빈곤층이 된 사람들, 그리고 결손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추운 겨울을 불기 없는 노숙으로 보내야 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네들 삶의 모습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 입으로만 복지가 어떻고 말하는 것보다 베푸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중국의 어느 한 노인이 복권에 당첨되었다. 노인은 복권의 당첨금으로 8억 원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노인은 그 당첨금을 모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기부해 버렸다. 사람들은 그가 굉장한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노인은 부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냥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와서 물었다. 왜 그 많은 돈을 그냥 기부해 버렸냐고, 그러자 노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새 라디오 한 대 뿐이라고 대답했다. 노인은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도 연락하지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또 노인에게 물었다. 왜 딸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노인은 또 대답했다. 잘 살고 있는데 뭐하러 이 사실을 알리느냐고.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나눔의 마음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중국 노인의 마음이 부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 앞에서 부끄러운 것이다. 연관이 없다면 그리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무엇을 일러 존재의 가치라 말할 수 있겠는가. 욕심으로 마음을 채우면 가치가 사라지고 나눔으로 마음을 비우면 아름다운 존재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한 해가 가고 있다. 연초의 다짐 가운데 하나 자비를 실천해야겠다. 그리하여 나눔으로 마음을 비우고 아름다운 존재의 모습을 만나야만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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