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에게 속지 않으려면

 

이 숙 진 작가

·수필가·칼럼니스트.
·한국문인협회·중앙대문인회 회원
·동작문인협회 자문위원


『피노키오』는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동화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진다는 내용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팩트 체커 팀은 주요 인사들의 거짓말을 분석해 ‘올해의 피노키오’를 선정한다. 그 명단에 트럼프가 9년 연속 이름을 올린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12초마다 사실과 다르거나 부정확한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정 우호 세력을 결집하려고 ‘푸른 거짓말(blue lie)을 늘어놓은 거다. 
과거 발언이나 가짜뉴스, 공약의 번복, 거짓 논평, 허위 선동 논란 등으로 늘 시끄러운 우리 정치권에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현대사의 피노키오를 뽑는다면, 우선 김대업 병풍이다. 이회창 대선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그의 아들 병역에 관하여 특혜라고 거짓을 주장했다. 군필자나 현역인 부모들의 아픈 정서를 건드린 거다. 결국 그 거짓으로 인해 선거에서 낙마했다. 뒤늦게 병역에 관한 결백은 밝혀졌으나, 선거는 이미 끝났으니 어쩔 것인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는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전형적인 피노키오 작전이다.
두 번째는 김경수의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이다. 댓글 부대를 동원해서 상대편에 대한 거짓 여론을 조작했다, 거짓이 탄로 나 감옥행이었으나, 선거는 끝났고 그의 주군은 권력을 잡았다.
광우병 사태는 또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광우병이라는 괴담을 퍼트려 아기엄마들까지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오게 한 어이없는 사건이다. 세월은 흘러 수입 소고기를 먹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우리는 가짜뉴스와 전쟁 중이다. 마케팅 언론 시장의 노예가 되어가고 검색의 편향화가 극에 달했다. 거짓말과 가짜뉴스는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인권을 내세운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피노키오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법의 상위에는 도덕과 양심이 있다. 이 시대 도덕과 양심은 흔적이 묘연하다. 
그나마 이제는 국민이 남루하고 구차한 피노키오에게 잘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게 다행이다. 생태탕을 먹으러 갔느니, 명품 운동화를 신었느니 여론전을 펼쳤으나 콧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어느 맥줏집에서 동백 아가씨를 불렀느니 마느니 해도 심드렁하다. 선거철만 되면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나와 청렴을 가장하는 가증스러운 퍼포먼스도 외면한다.
 이제 또 선거철이 다가온다. 
각 선거 캠프에는 피노키오 연구팀이 활개를 친다. 기발하고 탁월한 전략가들이 정책적 대안을 연구하면 좋으련만, 안면에 철판 서너 장 깔고 상대편 흠집 낼 프레임 짜기에 급급하다. 그런 목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면, 강도가 흉기를 구입한 거나 다를 바 없다.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엎으며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청산유수로 변명을 쏟아내는 피노키오에게 속지 않으려면, 너도나도 정신 차리고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국민을 호도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슈에 민감하고 확증 편향적인 사람은 가짜에 매몰되기 쉽다. 이제 우리는 고착된 정신의 깁스를 풀어야 한다.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피노키오의 코는 지구 반 바퀴를 돌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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