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안길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어느 봄날
행사장 맨 앞에
이름표를 달고
무성하게 꽃을 피우던 난蘭

그에게 봄날은 갔는가
배란다 구석
여름 끄트머리에 서서
아쉬운지
실하지 못한 몇 개 봉오리 달고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다

사람도 한 철 떵떵거리고
거리를 활보하다가도
모든 권력 내려놓을 땐
저 난蘭처럼
아쉬운 뒤안길이 되겠지
작은 꽃이라도
몇 송이 달고 싶은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