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주의보-그릇된 놀이문화로 병들어 가는 아이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방학 동안 아이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부분 시간을 밈과 첼린지, 쇼츠 동영상, 릴스 등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개그맨이 ‘그쪽도 홍박사님을 아세요?’란 유행어를 만들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동작이라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홍박사 챌린지(challenge) 쇼츠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신체 중요 부위를 손으로 강조하고 하반신을 부르르 떠는 안무를 반복하는 동작이다. 
또한 19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노래 가사에 가슴 크기가 고민이라는 여성이 등장해 동작인데도 아이들 선정적인 성적 동작을 따라 하면서 재밌어하고 즐긴다. 예를 들면 “할 말이 없네”를 말(言)이 아니라, 말(馬)로 해석되는 성적인 표현으로 변형된 언어를 사용하는 거다. 띄어쓰기를 고의로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너 가버렸잖아‘를 ‘너가 버렸잖아’로, 게임을 하면서 ‘자꾸만 져요’를 ‘자꾸 만져요’ 식으로 미묘하게 손으로는 관능적인 동작을 보이면서 관심을 끌려는 거다.
‘밈(meme)’은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메(mimeme)’에서 비롯됐으며, 1976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생물학적 유전자(gene)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SNS 등에서 유행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짤방 혹은 패러디물이 유행어, 신조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미 교실에서는 밈 따라 하기가 일상화 되었다고 한다. 교사들마저도 밈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들고 수업 진행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하였다. 그렇다고 밈도 일종의 놀이문화인데 무조건 차단하고 막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쇼츠를 즐겨보는 건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보를 SNS에서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쉽게 만들어 퍼트리는 정보들을 모두 신뢰할 수 없다. 그릇된 정보와 가짜 뉴스를 만들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하고, 과대 포장으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어 잘 구분해야 한다. 
학생들 역시 유해 콘텐츠를 인정하면서도 멀리하게 되면 친구들과 소통이 안 되고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따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렇게 밈이나 릴스, 쇼츠 등을 즐겨 보다 보면 1분짜리 영상에 익숙해져 40분짜리 수업 시간은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빠른 속도의 영상에 익숙해져 생각하며 행동하려 하지 않는다. 참을성이 부족해지고 그저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그릇된 정보를 흡수하면서 정신건강마저 해친다. 
초등학생 시기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다. 정서적으로 차분히 생각하며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며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 남들이 만든 정보를 거르지 않고 모방하고 따라서 흉내 내는 것은 아이들 탓만도 아니다. 어른이 만든 문명의 이기(利器)에 대한 부작용 중 하나이다. 점점 발달하는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여 편리한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부작용으로 자칫 인간성을 잃기 쉽다. 편리한 삶을 위한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이기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잠시라도 손에서 멀어지면 불안하여 안절부절못하는 스마트폰 중독 증상이 매우 심각하다. 
좋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아이에게 “책 읽어라, 공부하라” 잔소리한다면 역효과다. 아이와 함께 앉아 독서하면서 토론도 하고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면 서서히 부모를 따라 하면서 차분해질 것이다. 
어른의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동기 청소년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콘텐츠를 개발하여야 하며, 말로만 가르치려 하기보다 행동으로 먼저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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