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의 인생사

 

2024년을 상징하는 용은 이상과 회망을 간직한 상상 속 동물이다. 창공을 훨훨 날아오르는 상상 속 용은 좁은 공간에 갇힌 나약한 인간의 꿈을 대변한다. 그 꿈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무기가 오랫동안 알을 품어 여의주로 바뀌는 순간 거대한 폭포를 뚫고 승천하듯 인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어변성룡(魚變成龍)이다. 지난 잘못을 참회하고 기도와 수행 자비로 지혜의 눈을 갖는 것은 물고기가 용이 되는 ‘어변성룡’이다.
용이 되려는 물고기처럼 올해는 꿈과 희망이 넘치기를 기원해 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숱한 역경을 겪게 된다. 인생은 그야말로 희·노·애·락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삶이 사연이 없을 것이며, 어느 인생이 상처가 없겠는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몫일 것이다. 신(神)은 언제나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시련만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에는 이미 다양한 삶의 방식과 사고가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배반과 배신을 잘하는 사람은 여전히 득과 실을 계산하여 주판알을 퉁기고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가 쌓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삶이 상대방과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 하는 것이 기본 바탕이 될 것이다. 또한 믿음과 신용과 질서의 가장 기초적인 약속이 제대로 실천될 때 우리는 모두가 이웃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힘든 시간이었다. 서민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아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차지하려는 살인적 경쟁에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여 대한민국 소멸론이 거론될 정도였다. 기후 급변은 미래 세대가 아닌 당장의 문제로 다가왔다. 자연재해는 전쟁보다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재앙이 되었다.
경제난, 저출산, 기후문제,  전쟁위기 등은 그 근원을 따져가면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다. 바로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참사다. 저출산은 살인적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젊은이들의 생존 방식임을 인정해야 한다. 기후 문제도 물질적 부에 대한 욕망이 빚어낸 전 지구적 재앙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양보와 배려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와 실수를 범하지만 남의 잘못은 지적하고 용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잘못은 쉽게 용서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의 행위를 제 삼자가 되어 비판해 보자. 자신의 잘못을 빨리 깨닫는 자만이 참된 삶을 영위 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산다는 겻은 시련을 극복하고, 고난과 싸워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며, 운명에 도전하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삶이라 생각된다. 또한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양지를 지향하며 거친 바다를 온 몸으로 저항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가진자에게는 경계의 대상으로, 머릿속에 먹물 든 사람들에겐 멸시의 대상으로 그렇게 체이고, 질타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수천, 수백억원의 돈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꿀꺽 삼키는 인간들이 생활고를 못이겨 단돈 몇 푼을 얻을 요량으로 남의 돈을 훔친 가난하고 왜소한 소시민들을 인간 말종으로 생각하는 세상풍토에서 말이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신(神)이 아니다. 신이 아닌 이상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련과 절망 뒤에는 희망이 있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고 주저앉지 말자. 회한과 아픔의 깊이가 더할수록 더욱 밝아질 것이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우리의 영혼도 밝아질 것이다. 우리 모두 누가 누구를 탓하기보다 자신부터 냉철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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