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담는 그릇

의식주 가운데 제일 갖기 어려운 것은 집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열 평 미만의 작은 집으로도 만족했거늘, 이젠 백 평이 넘는 아파트까지 생겨나니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현실인 듯하다. 대학에서 건축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사람이 몸담을 정도의 집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몽골에 유목민 게르는 다섯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여덟 명 식구가 살지 만 불편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집은 크고 작은 것으로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제값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웃 나라 일본 교토 고쇼는 천황이 살았던 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겨우 들어갈 수 있던 곳이다. 지금은 어떤 가. 누구든 들어갈 수 있고, 외국인도 여권만 제시하면 무사통과할 수 있다. 크나큰 그릇은 많은 사람을 담아서 제 몫을 톡톡히 할 수 있기에,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릇이 큰 만큼 모든 사람이 들어가 즐길 수 있도 록 한건 매우 잘한 일이라 아닐까 싶다.
사람을 담는 그릇이 집이라지 않는가. 어디 집뿐이겠는가. 그러기에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옛 어른들이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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