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배꼽

 

송동호

어머니가 기름 묻은 손을 오므려
소금항아리를 소리 나게 긁습니다
김자반을 재우다가 소금이 모자랐나 봅니다
“막내야 너 나가서 소금 좀 팔아와라”
“소금이요?”
큰누이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막내에게 말합니다
“너 엊그제 잠자리에서 오줌쌌잖여”
발끈한 막내가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어머니가 말합니다
“저놈 증말 소금 얻으러 가나 벼?”
식구들의 배꼽이 빠져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 섞여버립니다
내 것이라 확신할 수 없는 배꼽 하나를 집어
빠진 자리에 쏙 집어넣었는데
아뿔싸 그것은 어머니 배꼽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여드름이 자글자글한 나이가 되어서도
탯줄을 끊지 못하고
어머니의 자양으로 연명하고 있었던 겁니다

등교 시간에 쫓겨 자주 아침을 거르던 나에게
간장밥을 비벼 건네주시던
어머니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종지의 짙은 간장 빛은 어머니의 깊은 눈동자였습니다

어머니의 밥 푸는 뒷모습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입니다

집안에
밥 냄새 들기름 냄새가 가득 번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겨울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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