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 거북이

가을바람 살랑이던 날
한 사나흘 걸려 마당가에

작은 연못 하나 파놓고
미꾸라지와
거북이 몇 마리 풀어 놓았다

참바람에 미꾸라지는
아래로 내려가더니 올라오지 않고
거북이 두 마리만
얼음 밑에서 용맹정진 하는지
꼼짝 않고
며칠을 연못에 떠 있다.

물위에서
좌탈입망 (坐脫入亡)이라도 하는 날에는
도(道) 닦는 이들
물에 나자빠져 허우적 댈텐데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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