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가 농막에서

초저녁 밥을 먹고
밖에 나가 별을 처다 보고 있노라면
두 마리 두견새가 번갈아가며 울어 댄다

한 마리는 철책 넘어
송악산에서 온 두견이고
또 한 마리는 지리산에서 온 듯하다

바람결에 듣는 울음은
북에서 온 두견이나 남에서 온 두견이나
똑같은 울음소리인데
그 울음소리가 사투리 섞여
그냥 슬픈 것이 아니라
어미가 자식을 잃고 우는 울음 같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할퀴고 헐뜯는 대북 대남 방송이
귓전을 때리는데

두견의 울음을 듣노라면
마른 갈댓잎이
서격서격 바람결에 운다.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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