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 고무신두 컬레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눈발이 천지를 잇고 있는 밤
흰 고무신을 끌고
노부부가 박스를 줍는다

동지가 내일모레 별들도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시간 부스럭 부스럭
길고양이가 먹이를 찾아다닌다.

푹 익은 밤 누가 깰까봐 기침소리도
손으로 막고 안으로 삼키는 흰 고무신
두 켤레 투수와 포수가 공을 주고받듯
굽은 손 두 벌이 가로등 불빛 아래서 분주하다

전생에 인연이 부부가 되어 내생에 또 부부가
되기를 소원하여 공덕을 쌓는다.

밤 늦도록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노부부 곁에
관세음보살이 같이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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