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따라

들길을 걷는데
엉겅퀴가 옷깃을 잡고
쉬어가자 한다.

누런 벼논에 참새 떼도 보고
창공에 뜬 구름도 보고
첫사랑에 젖어도 보라고

회색 염의에 황금빛이 묻어
가을 끝 석류알 쏟아지듯
금빛 물이 줄줄 흐른다.

귀뚜라미 긴 울음 끝을 따라
들판을 걷노라면
자식 생각에 시집살이 보다
더 목 메인다던 울 엄니

눈물 고인 눈으로
어느새 바짝 따라 붙는다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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