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꽃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불이다 불,
까만 밤을 태우고 모자라
아지랑이까지 태우는

화양산 자락에 환하게 밝히던
노스님이 열반에 들어 태우던
불이다 불.

동네 어귀 시멘트 틈새로 나와
있는 듯 없는 듯하더니만
이 봄날 확연히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누가 물으면 혹시 그 노장
그렇게 왔다 그렇게 살다 갔다 알리라
했는데 사리도 수습하지 말라 했는데

화양산은 밤새도록
태우던 불빛이
사리 꽃으로 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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