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로 간 도반에게

두륜산 아래
임행자와 문행자로
성불도 모르면서
성불하겠다고

그대는 밥을 짓고
나는 국을 끊이고
비지땀 흘려가며
여름 한 철 보냈지


이 산 저 산 떠돌며
어느 때는 세정(世井)에서
어느 때는 낫선 절에서
만났다 헤어진 길 수 십 년

얻었는가
행사를 넘었는가
달마산 아래로 하산할 그대
출가와 속세가 여여(如如)한가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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