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이 우리의 미래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혼돈의 정국이 헌재의 심판 평결로 일단락됐다. 헌정 사상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팎의 상처와 신뢰를 회복하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하나가 돼야 한다. 그리고 혼란과 국론분열의 원인을 되새겨 보면서 국가가 걸어야 할 방향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이러한 국론분열의 원인은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국가 권력 구조와 형태의 문제였다. 모든 권력은 그 속성상 과도하게 집중되면 남용되거나 오용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중앙과 지역의 균형과 협력, 상호 보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중앙집권체제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장기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1년부터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인 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을 세계 경제 규모 순위인 11위보다 낮은 26위로 평가했다. 이러한 전망은 중앙집권형 권력구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구성 주체들이 저마다의 기능과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고 국민 복리후생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운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도 지방정부에 권한과 역할을 주었다면 오히려 중앙정부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의 보기로 메르스 확산 때 서울시가 적극 나서면서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의 지방정부는 1991년 지방자치 재출범 이후 중앙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쌓아왔다. 이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더 이상 종속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명확히 보장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 헌법은 지방자치에 대한 내용을 제117조와 118조에 담고 있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같은 중앙 권력구조 개편에만 집중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방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시대인 만큼 지방발전은 곧 국가 전체의 미래를 좌우한다. 따라서 국가 발전에 역동성과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은 이를 위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지방분권이 헌법정신으로서 중앙과 지방 간 국가운영의 근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자치가 국민 기본권을 실현하고 법으로 보장하는 것임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주민으로서의 자치권’도 헌법에 신설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명칭도 ‘지방정부’로 변경하고 입법과 행정에 있어 중앙정부와 함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력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조세권과 자치재정권 배분, 자치조직권 보장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에서 자신만의 가치와 색깔을 만들어 보도록 권한을 맡기고, 지방의 독자경영을 보장해야 한다.
이제 지방정부는 헌법 개정과 맞물려 자치역량을 키워야 한다. 서대문구 자치분권대학 개설은 주민의 자치역량을 키우고,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지방정부가 그 목표이다. 이른바 자치분권대학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권 실현의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민생과 지역의 안정을 회복하고 지방과 중앙은 무엇을 위해 상생과 협치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경쟁력은 지역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일 수 있고, 이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30년 만의 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대한민국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민주 국가로서 진정한 자치분권을 이루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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