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롱역에서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겨울비 내리는 월롱역
통일로 열차가 쉰 김밥처럼
늘어서 있다.

낮선 나그네는 우산도 없이
겨울비를 맞고 서 있다가
색칠이 벗겨진 낡은 열차 칸으로 올라간다.
열차는 서울보다 가까운 임진강 쪽으로 미끄러지듯
천천히 빠져 나간다

문산이 빤히 보이는 월롱역에서는
서울보다 개성이 가고 싶다
인삼이 유명하고 정몽주 혼이
깃든 선죽교가 있는 곳

녹슨 선로를 닦고 끊어진 철길을 이어서 낮선
나그네가 가는 곳으로 가고 싶다
월롱역에 봄이
오면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철조망과 두 눈 부릅뜨고
서로를 겨누는 총구를 붉은 푯말들을 떠나
적당한 햇볕에 야생화가 피어있는
언덕 너머 까치가 울고 강물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임진각 둑따라----.

낮선 나그네기가는
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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