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와의 전쟁 선포

바다거북의 콧속에 박힌 빨대를 뽑는 순간 선홍빛 코피가 흘러나오는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빨대에 대한 경각심을 느꼈다. 아기들이나 노약자가 빨대를 이용하여 마시던 때가 불과 몇 십 년 전이었다. 성인들은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입으로 마셨었다. 그런데 요즘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에 꽂혀있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며칠 전 언론에서 우리나라 연간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은 26억만 개라는 통계수치를 내놨다. 그렇다면 거기에 따른 빨대 역시 그 이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근거이다. 무심코 사용한 빨대의 수거율은 낮은데다가 다른 쓰레기 속에 파묻혀서 그대로 폐기물로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버려진 플라스틱과 빨대들은 바다에 떠밀려가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자연풍화로 인하여 가루가 되어 바닷물에 섞여진다. 또한 크릴새우가 미세플라스틱 가루를 먹으면 오징어와 물고기들이 크릴새우를 먹고, 그 오징어나 물고기들이 우리 식탁으로 되돌아오는 불안한 먹이사슬이 얽혀있다. 빨대의 대부분은 폴리프로필렌(PP)로 미세화 되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이로 인해 물벼룩의 상당수가 부화하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즉 조류-물벼룩-물고기-사람의 먹이사슬을 통하여 우리 인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어쩌면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될 수도 있다. 가까스로 중국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들이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도에 서해안에서 바다거북과 고래류의 위장에서도 비닐과 플라스틱 등이 발견되었다. 제주 해안에서 어린 암컷 뱀머리돌고래가 구조된 지 5일 만에 구토를 반복하다 폐사하여 부검을 했는데 위 속에 비닐과 엉킨 끈 뭉치가 발견되었다. 해양쓰레기로 바다 속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터져 나왔고, 지구 전체의 환경문제로 점점 번져가고 있다. 매년 8백만~1천3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고스란히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해류를 따라 흘러간 커다란 플라스틱이 태평양 한가운데 모여 한반도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결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올부터 비닐사용을 줄이자고 서둘러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아직도 편리한 사용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쉽게 못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48년간 해수온도가 1.11도 올라가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 급격이 뜨거워지고 있다. 올 여름만 해도 평균 35도를 웃도는 낮 기온으로 거리에 나서면 푹푹 찐다. 지구는 무한 뜨거워지는데 거기에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다보면 지구온난화가 더 가속화되고, 단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쓰레기로 인하여 모든 생명체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꼭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빨대의 포장지에 “식물성 소재로 사용 후 자연분해가 가능합니다.”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미국의 시애틀에서는 조례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8월부터 커피숍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빨대 사용은 여전하다. 따라서 자연분해가 가능한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당장 빨대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서둘러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제를 하고 국민들도 되도록 빨대사용을 자제하는 의식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리나 스테인레스 빨대를 만들어서 재사용하는 방법과 옥수수전분을 이용하여 만든 빨대 혹은 종이 빨대 등 조금만 연구하면 좋은 방법들이 많을 것이다. 이 또한 당장 개선하기 어렵다면 우리 일상에서 스스로 먼저 빨대사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제 인류는 국가와 이념의 분쟁이 아니라 자연환경과의 전쟁을 치러내야 한다. 어느 한 쪽을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한 전쟁이 우리 문명의 문턱에 와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