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의 양식이기 때문

우리는 고통을 되도록 피하고 싶어 하지만 고통이 오면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고통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 소망이 오히려 더 큰 욕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자신의 못남을 한탄하면서 안 좋은 상황에 대한 악순환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주 큰 시련을 겪은 여성분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기 사연을 들어달라고 청했다. 참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잠을 잘 수도 없다고 했다. 그 분의 가슴 아픈 사연을 가만히 들었다. 마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나누어져서 가벼워지기를 기대하며, 얘기를 들어보니 그분에게 고통을 주는 주체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자녀의 유학비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분의 고통을 피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밑바닥에는 자식들의 삶을 지키려는 강한 아빠가 굳세게 받치고 있다.
옛말에 무거운 과일은 버틸 만한 나무에 열리고 뿌리는 짊어진 짐만큼 깊게 내린다고 했다. 그분은 자신의 존재감을 자각하고 한결 따스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젠 잠도 잘자게 되었다고 했다. 시련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기회를 삼아야 할 일이다. 시련이란 변장한 축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이 방학이면 엄마들은 개학이라고 한탄한다고 한다. 아이들 밥해 먹이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 한 지혜로운 이가 조용히 한 마디 한다. 그런 시간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그럼 신기하게도 웃으면서 긍정한다.
이 세상 아빠들이여! 당신들은 나이를 먹지마십시오.
12월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아무개는 한데서 찬바람 맞으며 잔뜩 움크린채 잔다. 목조주택도 만들어주고 이불 몇 채와 밥 그릇을 장만해주었다.
내가 몸이 아프면 아무개는 방문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상태를 살핀다. 똥과 오줌도 잘 가르고, 아직 사람을 공격할 일도 없다. 어디서 뼈다귀라도 생기면 땅을 파서 숨겨놓는 저축정신도 아주 투철했다. 어쨌든 아무개는 그냥 바라보라고 그러셨다. 세상이 시끄럽고 한심해도 아랑곳없이 그냥 씩씩하고 명랑하게 살고 있다. 개의 위치가 아니겠나.
지난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된 사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국민성은 잠시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2008년에는 문화재가 모두 타버리니 그때만 잠시 국민들은 잊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그때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문명의 이기주의에 더불어 대량생산은 대량소비를 낳게 했다. 그러다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경우만 봐도 굳이 필요치 않는데 좀 더 편리하니까, 추억을 기념하고자 구매한 물건들이 집 안 곳곳에 널려 있었다면 그것들은 구매했을 때만 잠시 설레고 구매한 때부터 잘못 구매한 것이 우리의 자각을 깨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책들은 “가장 멋진 가구”다. 책이라는 문구에 보류해 두었지만 언젠가는 정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면서 지금껏 책을 버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책은 그만큼 좋은 것이다. 책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각종 쓰레기와 환경오염을 양산하는 것이어서 책을 아침에 버리기 전에 현명한 생각을 갖고 버려야 하지 않을 까 싶다. 모든 일 잊고 진종일 않았으면 버려야 하는 것도 생각하면서 버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살림살이를 위해서 말이다. 아무튼 책은 많을 수록 좋은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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