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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칼럼 66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황일용 발행인 | 승인 2019.01.09 13:18

김 수 철
(전 서울시의원)


“작년에 잘 살아낸 것은 저를 아껴주시는 여러분들이 옆에 계셨기에 가능 했습니다. 작은 아들은 이등병이고, 큰 아들도 곧 군대에 갈 예정입니다. 올 한해도 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 첫 출근하던 날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연하장을 받았는데 그 글귀에 필자 아들들의 근황만 바꿔본 것이다. 그 연하장은 영어, 일본어, 한글로 인쇄되어 있었고 평소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아들의 근황, 3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계획도 알려주었다. 그 분이 기자라서 그런지 짧은 내용이지만 있을 내용은 다 있는 듯 했다.
재빨리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회신이 왔고 우린 연하장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달라졌다. 서로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로 바뀌었고, 언제든 다시 교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분께서 의도했든 안 했든 그렇게 되었다.
연하장은 80년대 초반 중학교 시절 많이 주고받았다. 조금 비싼 것은 종이가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값이 싼 것은 번들번들 거려서 왠지 성의가 없어 보였다.
호주머니 사정에 맞춰 정성껏 고르고 내지 여백에 나만의 메시지를 담아 보낸다. 잘 받았을까 궁금해 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며, 누가 나에게 어떤 카드를 보낼까 싶어 지나가는 우편배달부만 봐도 설레던 때가 있었다.
그간 잊고 지내던 연하장을 일본인 지인이 다시 생각하게 한 것이다. 주위에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모두가 편한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편리하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만질 수 있는 연하장이 주는 느낌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일본은 서구에서 우리보다 더 일찍 연하장 문화를 수용한 것 같다. 기록에 따르면 15세기 독일에서 최초로 예수님의 모습을 인쇄한 인사장이 시작되었고,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축하와 신년인사를 담은 연하장이 인쇄되었는데 이것이 연하장의 전신이라고 한다.
연하장 보내기가 연말 중요 행사인 탓에 11월만 되면 방안에 들어가 연하장을 직접 손으로 쓰기 시작하고 작게는 수십 매에서 많게는 수백 매씩 보낸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들은 100장 이상 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17년에는 16억장이 오갔다고 한다.
연하장 문화가 생명력이 있는 이유는 받으면 답해야 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즉 작년에 연하장을 받았는데 올해 보내지 않으면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특히 손위 어른이 보낸 연하장에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면 매우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찍히기도 한단다. 너무 계산적이기는 하지만  마음 주고받기가 공동체 유지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도 조선시대 서장(書狀)이라는 연하장 있었다고 한다. 스승이나 친지, 종친 어른을 찾아뵙지 못하는 경우 아랫사람을 시켜 한 해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새해 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낸 전통인 것이다.
거대한 담론들이 넘치고 개인들은 하루하루 경쟁 속에서 살아가면서 피곤해 한다. 이런 때일수록 관용과 배려, 감사함이 묻어나는 편지나 연하장은 주고받는 사람 모두의 영혼을 위한 좋은 선물일 수 있다.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지켜갔으면 한다. 서대문 젊은그대.

 

 

 

황일용 발행인  jguwi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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