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쓰레기

보릿고개와 배고픔은 이제 전래동화에서나 읽을 만한 이야기가 되었다. 겨울철에는 삶은 고구마로 점심 한 끼를 때웠고, 무 시래기죽을 먹으면 금세 배가 꺼져서 긴긴 겨울밤 허기를 참아야 했던 가난한 추억도 고스란히 옛날이야기로 남아있다.
초보 주부 시절에는 음식을 버리면 죽어서 그 버린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남은 음식을 다 먹어치우던 때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냉장고에 음식 재료들을 가득 채우고 유통기한이 지나면 찝찝한 마음에 버리기 일쑤다. 또한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 놓고 접시에 조금씩 담아주면 왠지 먹음직스럽지 않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이든 넘치고 가득해야 맛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릇된 식탐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어 가고 있다.
요즘은 음식물쓰레기종량제봉투나 음식물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바뀌어서 그나마 가정에서도 절약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이 연간 30조가 넘는다고 한다.
몇 해 전,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견학을 다녀왔다. 한 여름철에 악취와 함께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오물들로 질퍽해진 길로 코를 막고 들어가 처리장 내부를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국물을 뺀 나머지 건더기를 전기로 건조 시킨 후 분쇄를 하면 퇴비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러는 과정에서 포크, 숟가락, 젓가락 등 주방기구들은 한쪽에 걸러졌다. 차고 넘치는 쓰레기들을 매일 집하장으로 가져와 여러 처리과정을 거쳐 다시 건조 시켜서 퇴비로 만든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유기질비료 즉 퇴비를 농가에서는 사용을 꺼린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 조리문화로 인한 염분의 농도 때문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교적 짜고 맵게 만들어야 입맛을 돌게 하지만, 결국 쓰레기 줄이자고 음식문화까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아직도 배고프고 굶주린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인간으로서 지어서는 안 되는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절약을 하자는 것은 결코 수백 번 강조해도 그릇된 말이 아니다. ‘절약, 절세, 절식, 절전…’ 등 절약을 하여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우리는 말로만 절약 운운하고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방송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맛 기행, 먹방, 골목식당, 맛집’ 등, 외식과 다양한 음식문화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배달 음식문화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가 아닌가 싶다. 가만히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찾아서 클릭하면 20분 안에 금방 배달되어 오기 때문에 번거롭게 집에서 해 먹는 음식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모임이 있어 한낮 식당에 가보면 대부분 근교 분위기 좋은 집은 여자들이 80%이상 차지하고 있다. 외식문화가 점점 많아지면서 주부들 또한 가정에서 식구들 음식을 손수 만들어주던 때와는 달리 간편 음식에 치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막상 준비해둔 재료나 만들어 둔 음식을 제대로 해 먹지도 못하고 버리곤 한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견학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먹는 내용 위주보다는 이러한 쓰레기처리과정 모습도 방송하고 간접적으로 국민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을 생각하면 결국 모두가 돈이다. 물론 가정에서도 세금으로 나가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적 손실이 매우 크다. 악취 발생과 세균오염, 토양오염, 대기오염, 수질오염, 온실가스배출, 침출수로 하천오염, 매립지 가스와 악취로 폭발 위험, 해충 번식 등 보건위생적인 문제와 처리비용 등으로 국가적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나 단체급식소에서나 영업점에서나, 모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앞으로도 인류의 난제로 남게 될 것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다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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