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

지난 대선 때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힘주어 외쳤던 말이다. 이 말을 부정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말로 인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더 많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돌이켜 보면, 과연 기회는 평등한지,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어느 특정 정권만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정이라는 것이 어제와 오늘을 칼로 무 자르듯이 딱 자를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면, 과연 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려가 된다. 
한 연예인이 운영하는 클럽폭행사건으로 시작하여 연예계 스캔들로 확산된 사건이 요즘 모든 뉴스 매체를 잠식하고 있다. 작년 말 클럽 폭행과정에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 바뀌는 등 부실한 경찰수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클럽과 경찰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를 국회 패스트트랙 올린다고 한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국회선진화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발의안건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를 말한다. 통상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하면 개시 후 330일 후에는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방식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이 중요한 문제는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된 클럽폭행사건 하나만으로 경찰행정의 부조리를 일반화 할 수 없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선제적인 고민과 대안 도출 없이 성급하게 검?경 수사권 조정을 진행하는 건 아닌가 싶다.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 없고, 시행 후 일정부분 보완을 거쳐 다듬어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이 나와야 한다. 검찰 권력의 분산을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시작되었다. 오로지 지난 정권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 정권하에 있었던 검찰 조직을 정치검찰이나 부패검찰이라는 낙인을 찍어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확대되는 경찰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인 셈인데, 사법경찰은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 이른바 민생경제를 주로 전담한다는 점에서 클럽폭행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지금 정부는 국가재정으로 고용을 주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국가가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매우 잘 한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質)과 내용을 살펴야 한다. 지금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늘린 일자리는 60세 이상 고령인구에 편향된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20~40대 층의 일자리 관련 숫자는 여전히 암울하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일자리 정책에는 상당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 세금낭비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이 중요한 문제는 예산은 물론이고 국민들 민생과 직결될 수 있다. 어쩌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연말 클럽폭행 피해자가 피의자로 굳혀지고, 이 사건이 지금처럼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이다. 국민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국민을 해하는 꼴이 된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의 수사권과 더불어 기소권까지 줘야 하는지를 다 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외쳤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기준에 입각해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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