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죄인가, 아닌가

한 상 림 작가

한국예총 예술시대작가회장 역임. 
예술세계 편집위원


처벌 보다는 제도 개선이 우선이어야 한다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에서 갓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기가 약 1천 명이라고 한다. 화장실, 동네 골목, 교회 앞 혹은 열차 화장실에서 탯줄도 자르지 못한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죄 없는 아가들에게 그저 미안한 나라가 되었다.   산모에겐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태아에겐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뱃속에서 함부로 죽여지거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버려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살인행위다. 법무부에서는 아기를 버려 목숨을 잃게 하는 사건에 일반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기도 하였다지만 처벌강화 보다는 제도 개선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앞두고 ‘낙태죄 폐지’ 찬·반 집회가 각각 있었다. 인권위에서는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취지의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통하여 ‘낙태죄 폐지’와 ‘안전한 임신 중절수술’ 보장을 요구하였다. 반면 낙태죄가 없으면 생명을 경시하는 ‘죄책감 없는’ 사회가 될 것을 우려하는 종교단체의 목소리도 크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 혹은 여건상 키우기 어렵다 하여 낙태를 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려진다면 이 또한 무서운 재앙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생명은 존엄하며, 인간이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 함부로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약 12주의 태아는 이미 사람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부득이 낙태를 해야만 될 경우 즉, 태아의 신체적으로 장애나 혹은 도덕적으로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임신을 하였을 경우 등 불가피한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만 12주 이내에만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앞으로 낙태죄 폐지가 허용된다면 지금보다 더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행될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인당 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데 만약에 낙태를 허용하게 된다면 출산율은 더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 그저 자기 뱃속에 있는 태아를 볼 수 없다 하여 함부로 죽이거나, 태어나자마자 내다 버린다면 이 또한 앞으로 더 큰 재앙의 시대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하여 미혼모라든가 비혼 출산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거나 양육을 포기하게 될 경우 그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만약 출산을 한다 하여도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국 아이를 책임질 수 없어서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태를 줄이려면 건전한 성교육이 우선이며,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부터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낙태죄를 여성에게만 한정하여 적용시키는 것은 모순이다. 함께 책임져야 할 남성에게도 일부를 강화시키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인간의 생명은 결코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맘대로 할 수가 없는 신(神)의 영역이다. 잠시 우리 몸을 빌어서 태어나는 생명을 절대로 내 맘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존엄한 생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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