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羽化)의 봄

봄이 오고 있는 길목에서 비가 자주 내렸다. 겨우내 별로 볼 수 없던 눈 대신 겨울비가 자주 내리니 나무는 서둘러 꽃눈을 틔우려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필 ‘신종코로나19’로 인하여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는 요즘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몹시 시끄럽다. 아울러 국민은 국민대로 갈수록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경기를 탓하면서 정말로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역사는 파란만장한 아픔을 겪으며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용트림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일제강점기 36년을 벗어나자마자 6.25 전쟁의 어수선한 정국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은 계속해 왔다. 그 함성과 투쟁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촛불과 태극기 시위로 갈라진 국민과 여당과 야당의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매스컴의 실시간 뉴스를 보면서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매미는 나무줄기에 알을 낳고 일생을 마감하는데 그 애벌레가 다음 해 7월 부화하여 유충으로 땅속에서 2년에서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며 우화의 날을 기다린다. 기나긴 시간을 땅속에서 지내던 애벌레가 여름이 되면 땅을 뚫고 올라와서 나무 위에서 성충이 되어 우화의 날개를 달고 약 1달 정도 매미로 살면서 사랑을 찾아 울어대다가 암수가 짝짓기하고 나면 죽게 된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이나 세자가 쓴 관을 익선관(翼善冠)이라 하여 ‘매미 모자’로도 불렀다. 익선관은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뜬 모자로서 임금이 익선관을 쓴 것은 매미의 덕을 본받기 위함이었다.
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 덕(德)으로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일생의 전부를 땅속에서 보내고 잠깐 세상을 구경한 뒤 미련 없이 떠나가는 매미에게서 우리 조상들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매미의 다섯 가지 덕목을 본받아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19’의 전염 확산으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사람들은 불안하여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나라 경제마저 싱크홀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데 선거를 앞둔 정당에서는 서로 흠집 내기에 급급하다. 물론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지만, 지역을 위해 사심 없이 맑은 정신으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자세로 일하다가 때가 되면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내려놓을 줄 아는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 들어 겨울비가 잦은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탓도 있겠지만 새봄을 맞이하기에 앞서 산도 들도 강물도 바다도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다. 자연은 결코 먼저 인간을 배반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배반하는 건 물론 사람이 자연까지 배반하여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신종바이러스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한 달 동안 약 천여 명이 죽고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대재앙이 아니고 무엇일까? 동아프리카에서는 약 2,000억 마리의 메뚜기떼 습격으로 식량을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신종코로나19’의 재앙에 이어 심각한 재난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으니, 마치 ‘십계’ 영화에서 보았던 메뚜기 떼의 영상을 실제 현장에서 촬영해 나오는 TV 화면을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죄를 지으면 자연이 스스로 노하게 되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깨달음을 주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봄’을 우리는 대부분 ‘새봄’이라고 부른다. 여름이나 가을, 겨울에다 ‘새 여름, 새 가을, 새 겨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1년의 시작을 봄부터 시작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봄’은 언제나 새롭고 싱싱하고 생명력이 살아나고 활기찬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우화 할 수 있는 ‘새봄’을 만들어야겠다. 국민도 나라도 평화롭게 그리고 불안한 여러 가지 여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 화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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