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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와 서해
황일용 발행인 | 승인 2020.03.20 11:01

오제호
 서울지방보훈청 홍보담당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유럽의 상황을 다룬 풍자화가 있다.
‘Balkan Troubles’라고 적힌 큰 통 위에 다섯 사람이 위태한 모습으로 앉아있는데 각각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사람이며 저마다 불안한 표정이다. 그리고 이들이 앉아있는 통은 다름 아닌 화약고(Powder Keg)이다. 본래 화약고는 ‘화약을 저장하여 두는 창고’를 뜻하지만, ‘전쟁 따위가 일어날 위험이 많은 지역’을 비유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이에 아래에서는 이러한 화약고의 유래와 세계에 존재하는 화약고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언급해 보겠다.
전쟁은 언제 어디서나 발발하지만, 그 빈도가 잦거나 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은 대체로 종교와 민족이 다양하고, 지정학적 가치가 높으며, 야욕을 가진 강대국들의 개입이 빈번하다는 등의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곳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20세기 초의 발칸반도이다. 특히 이곳은 유럽과 슬라브 그리고 서아시아 문화권이 한 번에 접촉할 수 있는 요충지이기 때문에 각 문화권의 열강들은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기에 민족과 종교,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이를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서 그 대립이 극에 달했다. 이렇게 제1차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되었던 발칸반도를 유럽의 화약고라 명명하면서 분쟁지역을 뜻하는 화약고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화약고는 비단 발칸반도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같은 유럽에도 북아일랜드와 우크라이나와 같은 분쟁지역이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전역이 종교, 민족 문제 등으로 내전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와 파푸아뉴기니 내전에서 알 수 있듯이 남미와 오세아니아도 다른 대륙과 다르지 않다.
중동 전역과 카슈미르, 남중국해 등 아시아 곳곳에서도 전쟁 혹은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는 한반도, 중국-일본, 중국-대만 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 세계의 화약고 중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이러한 동북아에서도 한반도는 전쟁 발발 시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확률아 가장 높은 곳으로 여겨진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이미 전쟁을 한 번 치렀고, 이후에도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 체제 속에서 70년 동안 3천여 회의 침투&도발을 겪고 있다. 여기에 강대국들의 각축이 더해진 한반도는 전역이 화약고라 할 수 있겠지만 굳이 한 군데를 특정하자면 서해 5도를 중심으로 하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꼽을 수 있다. 이 곳은 침투&도발이 가장 빈번하며, 정전협정 이후에도 전투가 발생한 곳이다.
제1~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이 서해 NLL에서 발발한 전투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들이다. 해전의 경우 모두 승전을 거두었지만, 불합리한 교전수칙에 의해 제2연평해전에서는 6명이 전사했다. 그리고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에서도 각각 47명과 2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희생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과 마주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교전과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가, 특히 서해가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위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 지역을 뜻하는 화약고의 유래와 세계 각지에 산재한 화약고들, 그리고 이러한 화약고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됨을 알아보았다. 지정학적 가치와 강대국들의 개입 그리고 확전 시의 피해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정전이 속전(續戰)이 되는 사태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평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외침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황일용 발행인  jguwi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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