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길

이건욱 소방사
서대문소방서(현장대응단)

동장군이 찾아온 어느 겨울 밤, 구급출동신고를 받고 어김없이 출동을 한다. 살이 에는 추위를 뚫고 가는 우리와는 다르게 추운 날 집 앞에 홀로 계시는 할머님의 신고로 현장을 도착했다. 골목 곳곳에 눈이 얼어 있고 유난히 더 추운 날이었기에 우선적으로 체온 보존을 위해 현장처치를 시작했다.
할머님께서는 눈이 어두우셔서 집으로 귀가하시다가 빙판길 낙상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주위에 인적에 드물어 1시간 가량을 혼자서 일어서보려고 했으나 되지않아 119에 신고를 했다고 했다.
우리는 체온보존을 하며 문진과 촉진을 시행하며 할머님의 상태를 파악하던 중 종아리 부위에 변형을 발견하여 즉시 현장처치를 시행하며 할머님께 상황설명을 해드렸으나 병원이송을 거부하시며 내일 오전에 혼자 병원에 가신다며 고집을 피우셨다.
다른 위급한 사람도 있는데 이게 무슨 대수냐고 하며 파스만 사다달라고 하시면서 도움을 재차 거절했다.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할머님께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 구급차 안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도 나 때문에 젊은 청년 세 명이 고생을 한다며 어쩔 줄 몰라 하시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를 못했다.
그리고 나서는 내 손을 잡아주시면서 손자라도 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하시면서 말을 잇지 못하셨다.
하지만 손을 잡은 나는 정말 어느 누구의 손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분명히 거친 손임에 틀림없으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러한 손임이 분명했다.
병원에 이송을 하고 의료진에게 인계를 하면서도 우리는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젊은 총각 올 한 해 몸 조심하고 고마워 다치지 말고 건강 조심해요. 정말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가 살이 에는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단박에 녹여버렸다. 연말이 다가오고 싱숭생숭한 마음이 드는 요즘 환자들의 감사인사 한마디에 우리 마음은 든든하고 추위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는거 같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