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면 모두 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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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은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거나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땀흘려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속담에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이 있다. 물론 욕을 당한 데 아무 말 못하고 엉뚱한데 와서 화풀이 한다는 말이다. 공직사회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구청장한테 질책 받고 온 과장이 계장들을 불러놓고 싸잡아 호통치는 사람, 이런 과장은 그러한 직책에 있을 자격이 없다. 평소에 업무를 철저하게 파악해서 실무자 보다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구청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듣지 않았을 것임에도 일은 담당자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대충 결재나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려는 사람은 공직자로서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정분야 업무를 총괄하거나 결재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업무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결재한 업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성했을 경우에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실패한 때에는 문책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신이 그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칭찬도 받고 책임도 지는 것일진데 상사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하여 부하직원들에게 분풀이하는 태도는 공직자이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혼돈(混沌)은 “자신의 생각이 명료하지 못해 자유의지로 생각하고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주위를 기웃거리거나 눈치를 보면서 기억하기 어려운 정신상태”를 말한다. 이런 정신 상태로 일하다보니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으며 화풀이를 부하 직원에게 풀다보니 대다수 직원들은 “제발 같은 일 하면서 마음 좀 편하게 합시다. 직원들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허구헌날 호통만 치십니까? 우리도 인격자이고 집에 가면 엄연한 가장으로 대우받고 살아갑니다. 직원들은 인격적으로 대해주십시오”라는 부하직원의 말을 들은 과장은 그 날 이후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사라졌다. 누구 말도 듣지 않는 독불장군 같은 상사에게 바른 말 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과 전체직원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대변해 주었던 그 직원을 생각하면 참 멋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때는 주민위해 봉사하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던 사람도 당선만 되고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주민은 안중에 없다. 그렇다고 무한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 손 치더라도 이 사회의 양심의 최후 보류라고 할 수 있는 공직자만이라도 이제 높은 곳만 바라보지 말고 한 번 쯤은 자신보다 낮은 곳과 좌우로 살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정도로 가야할 때가 되었다.
아랫사람과 동료들은 처다 보지도 않고 윗사람 눈치만 살피면서 남보다 먼저 올라가는 사람의 삶이 성공한 것이 아니요.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강자는 진정한 의미의 강자가 아니다.
자신보다 못한 이웃과 동료를 살펴볼 줄 아는 지혜로운 공직자가 이 시대에 성공한 공직자의 삶이 아닐까? 인생에서 경주는 먼저 출발했다고 해서 반드시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가는 도중에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윗사람에게는 바른 말 한마디 못하면서 아랫사람에게는 달달 볶는 소인배공무원, 공(功)은 자신이 차지하고 책임은 부하에게 떠넘기려는 야비한 인격자, 당연히 해야 할 결재하면서 인심 쓰듯 생색내는 상사, 학연과 지연, 그것도 모자라 사돈에 팔촌까지 따지는 무능력한 분파주의자 모두가 하루 속히 공직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비문화적 행태다.
“세상에 영원한 불변의 진리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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