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랑이 광복 직후 발표한 ‘북’이라는 시가 있다. 시집 〈영랑시선〉(1949)에 수록된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이 시의 텍스트를 보면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라는 구절을 서두에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라는 구절이 시의 말미에 등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북과 소리는 판소리의 연희를 구성하는 북장단과 소리를 의미한다. 판소리의 장단은 박자가 가장 느린 진양조부터 중머리, 중중머리를 거쳐, 박자가 서로 엇물리면서 변화하는 엇머리, 그리고 빠른 박자로 진행되는 자진머리, 휘모리 등으로 이어진다. 변화있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11.10 10:56
-
이 숙 진 작가·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중앙대문인회 회원·동작문인협회 자문위원 땅따먹기는 한국의 전통 놀이다. 마당에 큰 사각형을 그리고 각자 한 구석을 정하여 뼘으로 빙글 돌려 자기 집을 정한다. 손가락으로 튕길 수 있는 사금파리나 납작한 돌을 망으로 정하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엄지와 검지로 망을 세 번 튕겨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놀이다. 망이 지나간 안쪽이 자기 땅이 된다. 이렇게 땅을 나눠 먹는 흉내를 내지만, 규칙과 순서가 철저하다. 농경시대의 배경으로 땅의 중요성과 협력과 친목을 촉진하는 놀이로서 유년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11.01 11:27
-
흔하디흔한 잡초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선택된 삶이다. 식물은 번식을 위해 많은 종자를 세상에 남기지만, 이 중 극소수만이 생명을 부지하기 때문이다. 들짐승의 먹이가 되거나, 콘크리트 위에 떨어져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죽거나, 땅 속 깊이 묻혀 태어나지도 못하고 썩어버리거나, 구사일생으로 어린 싹을 냈지만 누군가에게 짓밟혀 일찍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인간의 삶도 그러하듯이 태어났다고 모두 잘 자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잡초 군락 속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조금이라도 많은 양분과 햇빛,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때로는 생장억제물질을 분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11.01 10:42
-
한 상 림 작가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독일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는 ‘한국은 왜 망해가나(Why Korea is Duing)’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는 한국이 노인의 나라가 될 거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다.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한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100년 안에 한국의 청년 94%가 줄어들면 한국은 노인의 나라가 된다. 결국 노동력을 공급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살)가 줄면 고령화로 인해 감당해야 할 의료비와 빈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올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10.20 12:43
-
신문을 보면 연일 우울한 소식들 일색이다. 물가는 치솟고 서민들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주가의 출렁거림에 개미 투자자들이 아우성치고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전세 사기가 속출하고 역전세난에 집주인과 젊은 세입자 간의 분쟁도 다반사다. 특히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의 고용불안,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전세조차 얻기 어려운 형편, 멀리 해외에서는 비극적인 전쟁이 끝날 줄을 모르고 그 와중에 처참하게 죽어가는 젊은 병사와 민중들의 고통이 글자 사이로 날아다닌다. 그 수많은 사연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청년들에 대한 소식이다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10.20 10:02
-
다소 낯선 이름의 ‘주민소환투표청구’. 이 제도는 최근 수도권 각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민소환투표청구를 알아야 할까? 주민소환투표청구는 간단히 풀어 말하자면, 지방의 공직자가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그의 거취를 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지역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공직자의 업무수행을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그를 대상으로 중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가 왜 필요할까?이 제도의 도입 배경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10.10 10:39
-
우리나라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초여름, 장마가 심했고, 태풍이 지나가면 강한 햇볕과 찌는듯한 더위가 지속된다. 그런데 날씨가 변했다. 요즘은 한 여름에도 불구하고 하루걸러 비가오고 더운 날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봄에는 적당한 비가 와야 식물들이 움트고, 여름에는 강한 볕이 있어야 과일과 곡식이 익는다. 이런 자연현상이 시기가 안 맞으면 문제가 생긴다. 언제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자연형상은 어쩔도리가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비가 안 올 때를 대비해 저수지를 만들고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수펌프를 설치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10.10 09:44
-
이 숙 진 작가·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중앙대문인회 회원·동작문인협회 자문위원집 앞을 나서면 곧게 뻗은 소나무가 하늘 허리에서 기웃거린다. 철쭉 군락을 맴돌아 오솔길로 접어들면 공작단풍이 버들처럼 휘늘어져 운치를 자아낸다. 바람은 비둘기 꽁지에 햇살을 내려놓고 졸고 있다. 이렇게 어우러진 숲에도 직선과 곡선이 나름의 농도로 초록을 채색한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얽히고설켜 더불어 사는 거다. 지난달 논단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는 교권 붕괴다. 공교육 붕괴의 폐단 중 하나는 아이를 하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09.22 11:43
-
블랙코미디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끔찍하거나 병적인 풍자로 된 희극’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웃음을 주긴 주되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코미디란 뜻이다. 블랙코미디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극 중 장치는 ‘풍자’이다.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통해 특정한 사건이나 역사적 배경을 냉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스탠리 큐브릭이 1964년 초에 만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블랙코미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명작이라 할 수 있다.먼저 이 영화는 전형적인 희극의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 희극의 특징은 정상적인 상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09.22 11:04
-
한 상 림 작가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바가지요금을 씌운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타는 외국인들에게 말이다.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면서도 외국인 앞에서는 차마 바가지를 씌운 기사를 욕할 수가 없었다.지난주, 미얀마에서 온 여학생이 이른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천공항까지 마중을 가고 싶었지만, 오전 강의가 있어서 아무래도 무리이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라고 알려 주었다. 혼자서 새벽 시간에 공항버스를 타고 짐 가방을 들고 서울 한복판에서 내려 종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09.06 14:42
-
서울상공회의소 서대문구상공회 최 규 득 회장 지역발전을 위해 항상 수고하고, 지역의 민심을 대변해온 서대문자치신문 창간 32주년을 3천9백여 서대문구상공회 회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서대문자치신문의 32년 역사는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지방화 시대를 이끄는 언론사로서의 책임을 다하면서 구민들과 호흡하며 알 권리를 충족시킨 결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주민과 공감하며 소통하고, 지역의 작은 미담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친구같은 신문, 지역주민 속으로 깊숙이 자리잡는 언론이 되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서대문구상공회는 2020
인물
서대문자치신문
2023.09.06 14:17
-
서대문자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서대문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서 언제나 가족처럼, 친구처럼, 친근하고 진솔한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지역에 밀착한 세심한 취재와 치우침 없는 보도를 통해 지역 언론지로서 소임을 다해왔음을 서대문 구민이라면 모두가 인정할 것입니다.정보화시대에 지역사회가 공유해야 할 중요한 정보와 소식을 꾸준히 기록, 전파함으로써 지난 32년간 서대문의 역사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찬사를 보냅니다.코로나19로 인하여 환경과 생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역의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들은 바르고 정직
인물
서대문자치신문
2023.09.06 14:16
-
창간32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32여년 동안 서대문구 발전과 지역민들과 호흡하며 행복을 함께 나누어 온 서대문자치신문 모든 임직원 여러분께 존경과 함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서대문자치신문을 32여년 동안 구독하며 사랑해 오신 서대문구민들과 독자들께도 감사와 축하를 보냅니다. 지난32년 동안 서대문자치 신문은 언론의 본래의 사명인 공정보도를 통해서 지역사회발전에 크나큰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특히, 코로나사태 이후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대문 구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어왔습니다. 그리하여 명실공희 서대문 지
인물
서대문자치신문
2023.09.06 14:15
-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 한 세대 넘게 흔들림 없이 정도 언론의 사명을 꾸준히 감당해 온 서대문자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서대문구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서대문자치신문은 녹록지 않은 지역언론의 환경 속에서도 창간 이래 불편부당의 공정성을 견지하며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주민에게 다가가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또한 알찬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사회를 향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이웃들의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어려운 길이지만 꾸준히 지역 언론의 사명을 다해 주시는
인물
서대문자치신문
2023.09.06 14:07
-
이 득 규(강서대학교 전임교수/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소상공인 대표자의 신용관리는 사업체의 금융거래와 성공적인 사업 운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간과할 수 없다. 신용관리는 소상공인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작용하며, 금융기관들이 대출심사나 신용카드 발급 등의 결정을 내릴 때 주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된다. 따라서 신용관리가 미흡하면 금융 거래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과 사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다.먼저, 소상공인 대표자의 신용 관리의 중요성을 알아보자.◇자금조달과 대출승인에 영향신용관리는 대출 심사 시 필수적으로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08.21 10:54
-
이재육서울지방보훈청 보상과 주무관요즘 날씨가 매우 덥다. 뉴스에선 매일 폭염을 보도하고, 걷기만 해도 땀방울이 맺히는 여름이다. 이 더운 여름에,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 쉽게 얻어진 독립은 아니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에 맞서 처절한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다치고, 돌아가셨다.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해보면 독립운동은 정말 엄청난 의지와 신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을 느낀다. 모진 고문으로 손톱이 빠지고, 살점이 뜯기고, 가족들이 다치는 등 많은 고통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서울의 서대문 형무소에 가보면 독립운동가들의
기고
서대문자치신문
2023.08.21 10:34
-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남을 헌신하며 살아왔는가?얼기설기 어우러져 세상은 한결같이 질곡에 빠져 허우적대며 방황하고, 때론 일탈하는 삶 속에서 희망의 빙점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누군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각박한 도심을 넉넉하고 따뜻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있다.그래서 그 따뜻한 배려 속에 우리 지역에서 함께 동행하며 살아가길 희망해 본다.태풍이 아무리 거세어도 지나간 뒤에는 고요하기 마련이다.사람이 살다 보면 흉허물없는 사람 누가 있으며,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 고,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못 배웠다 주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08.21 10:00
-
이 숙 진 작가·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중앙대문인회 회원·실버넷뉴스 기자 역임·글마루 회장 역임.·동작문인협회 자문위원·《일요주간》 칼럼 필진·공무원연금수필문학상(2020) 수필집·『가난한 날의 초상(肖像』(2009)·『해바라기의 꿈』(2019)돌도 늙어야 품 안이 넓어진다바위도 오래되면 이끼가 끼고 수많은 잡풀의 씨앗들이 날아와 뿌리를 내린다. 씨앗을 쪼는 참새도 쉬어가고 열매를 갈무리하는 다람쥐도 찾아온다. 그믐달도 삐뚜름해지다 일출 뒤에 숨어 바위에 내려앉는다. 이 하찮은 돌덩어리도 늙으면 품이 넓어져 모든 삼라만상을
칼럼
서대문자치신문
2023.08.10 11:14
-
지난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고받은 뒤 “투자를 아예 못 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킬러 레귤레이션(regulation·규제)’은 없애줘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관 차원의 ‘킬러규제 혁신 TF’를 꾸리고 개선이 시급한 15개 과제를 1차로 선정하였으며, 규제별 전담작업반을 구성해 신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규제혁신’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초석이며 국가의 풍요와 후생을 늘려나가는 기반이라는 의미다.국가보훈부 또한 이러한
기고
서대문자치신문
2023.08.10 10:54
-
현대인은 스스로 공간에서 삶의 쉼표를 요구하고, 반복되는 일상과 타성에 젖은 가치관을 전환하기 위한 일탈의 기회를 이제는 가져봄이 어떨지?산사에서 새벽의 청아한 고요를 느낄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많다. 일상의 분주함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새벽의 기운을 만나면 더욱 활기찰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새벽별을 몇 번이나 보았는가를 자문할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새벽을 맞이한다는 것은 아주 각별한 의미를 깨달을 것이다.새벽은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이며 기(氣)가 정화되는 시간이며 하루를 시작하
맷돌
서대문자치신문
2023.08.10 10:26